이원효 서울대공원 원장 "세계동물원기구 정회원…행복공간 만들 것"
"예산 및 인력 부족은 핑계입니다. 공무원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습니다. 동물원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원효 서울대공원 원장(58 · 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울동물원이 개관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국민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엔 아직까지도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다음달 1일 개관 102주년을 맞는다. 일제 강점기 직전인 1909년 창경궁에 국내 최초로 개장한 동물원이 시초다. 1984년에 지금의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이전했다. 총면적 646만㎡(동물원 282만㎡,식물원 121만㎡)의 대지에 2970여마리(348여종)의 동물들이 자연생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보호 · 관리되고 있다.

이 원장은 삼성에버랜드와 롯데월드에서 근무하다가 2003년 과천서울대공원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공원장으로는 첫 민간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당시 원장으로 부임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동물원에 처음 오니 직원들이 공무원적 사고방식에 매몰돼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노후한 동물원 시설을 교체해야 하는데도 예산부족 타령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요. 가장 교체가 시급했던 게 동물원 토양이었습니다. "

그는 "동물원 토양은 교체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예산이 없다는 핑계로 아무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다. "당시 인근 과천 아파트 단지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공사로 인해 수백t의 흙이 널려 있었죠.시공사 측도 이 흙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

이 원장은 곧바로 과천 아파트 단지로 달려갔다. 그는 시공사와 협의해 15t 트럭을 이용해 수백t의 흙을 아파트 단지에서 동물원으로 옮겨왔다. 소요된 비용은 단 한푼도 없었다. 시공사가 모두 부담했다. 그는 "방어적인 사고를 버리고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발상을 전환하면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널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국제적으로 야생동물보호를 위한 기능과 업적을 높이 평가받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국제종보전시스템(ISIS) 및 세계동물원기구(IUDZG-WZO) 정회원으로서의 자격을 부여받는 등 위상을 굳걷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동물원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동물원을 따라잡기엔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동물원은 국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좋은 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대(對)국민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국민도 행복하고,동물도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