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오페라극장 알테오퍼.그리스 긴축안 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 알테오퍼 콘서트홀에선 독일 · 프랑스 정상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및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유럽연합(EU)집행위원장 등이 머리를 맞댔다. 그리스 지원 여부와 유럽기금 확충안 등을 논의할 23일 EU 정상회의에 앞서 수뇌부 간에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모임이다.

"유럽이 헬라스(그리스)로 인해 헬(지옥) 앞으로 떠밀렸다"(시사주간 타임)는 지적이 나올 만큼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됐고,머뭇거리다간 유럽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게 실감나는 대목이다.

◆실망스러운 '미니 정상회의'

황급히 만난 EU 수뇌부…유럽기금 논의 '갈등'만
이날 만삭의 부인을 두고 황급히 독일로 날아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종일관 재정위기 대책을 심각하게 논의했다. 지난 8년간 유럽 통화정책의 수장 역할을 해온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물론 다음달 트리셰의 뒤를 이어받을 마리오 드라기 차기 ECB 총재,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헤르만 반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도 동석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같은 재정위기 국가를 제외한 사실상 유럽의 지도부가 총출동한 셈이다. 이날 유럽의 최고 수뇌부가 긴급히 만나 협의를 벌였는데도 회동 후 아무런 성명도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선 23일 EU 정상회의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상회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유로존 지도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총론은 공감,각론은 제각각

이날 EU 지도부의 긴급회동에도 불구하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 △은행 자본확충 △그리스 2차 구제금융 △그리스 국채 보유 민간부문 손실 부담 확대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이견은 여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독일과 프랑스가 유럽기금 확대부터 민간부문 손실 부담 비율까지 주요 이슈마다 이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유럽기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져 있지만 프랑스와 EU집행위가 '과감한' 기금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반면 독일은 점진적인 확대를 선호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유럽기금이 재정위기국이 발행하는 국채를 일부 보증하고 ECB가 유럽기금에 대출을 시행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ECB는 유럽기금이 보증한 국채를 ECB가 무조건 매입하자는 프랑스 측 주장에 반대하고 있고,오히려 유럽기금이 재정위기 국가 국채 매입을 전담해주길 바라며 맞서는 상황이다.

민간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국채의 헤어컷(부채 탕감) 비율에 대해 독일은 최대 60%까지 높이자는 입장이고,프랑스는 급격한 비율 향상에 반대하고 있다. 은행 자본확충 문제에 대해서도 독일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은행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는 은행 자본을 급격히 확충하면 오히려 은행권에 대한 불신만 커질 수 있다며 주저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