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해경전철, 거가대로 등 적자보전에 천문학적 재정부담
승객ㆍ통행수입 예측치 18%, 48% 불과..사업자 용역 검증 미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한 주요 민간투자사업이 도리어 재정의 목을 조르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과 거제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로 등이 대표적이다.

턱없이 빗나간 수요예측과 불리한 협약 등으로 지자체는 무려 수 조원을 재정에서 부담해야 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해∼부산간 경전철을 운행해본 결과 실제 이용 승객은 수요 예측인원의 17.6%에 그쳤다.

거가대로 역시 개통 후 통행료 수입은 협약서상 최소운영수익(MRG) 기준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등 엉터리로 드러났지만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고 묻지도 않고 있다.

◇전문기관 맞나?..엉터리 수요 조사

국내 최초의 경전철 정부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부산~김해경전철은 수요 예측을 잘못한 대표적인 민자사업으로 꼽히는 신세가 됐다.

1995년 11월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와 김해시가 경전철 기본설계 용역에 들어갔고 교통개발연구원은 하루 경전철 이용 승객을 무려 29만2천여명으로 예측했다.

이후 외환위기 여파로 사업이 표류되다가 2005년 수요조사 재분석 과정에서는 이용 승객 숫자가 10만명 이상 준 17만6천여명으로 수정했다.

건교부, 부산시, 김해시는 이를 기준으로 80%를 밑돌면 부족분 만큼 운임수입을 20년간 보조해 준다는 최소운영수익보장(MRG) 특약을 민간사업자인 부산~김해경전철㈜와 체결했다.

그런데 영업운행을 시작한 9월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경전철 이용객은 하루 평균 당초 예측인원의 17.6%인 3만1천명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산시와 김해시는 해마다 700억~800억원을 MRG로 사업자에 보전해줘야 할 상황이다.

김해시로선 한 해 가용 예산 1천억원의 절반 가량을 경전철 적자 보전에 써야 할 판이다.

거가대교도 실제 통행량은 계획 수요의 71% 정도되지만 차종별 예측이 심하게 빗나가 통행료 수입은 MRG 기준의 48%에 불과하다.

올들어 거가대교 통행량은 하루 평균 2만1천699대로 추정량 3만335대의 71.5%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수요예측에서는 요금이 가장 비싼 중ㆍ대형트럭이 하루 5천400여대가 통행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론 크게 못미쳐 요금수입 기준으로는 MRG 기준의 48%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따라 경남도와 부산시가 이용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승용차 기준 1만원인 요금을 동결할 경우 재정보전금 총액은 40년간 무려 6조5천24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마산만을 가로지르는 마창대교 역시 협약상 차량 통행량은 지난해의 경우 3만1천84대지만 실제 통행량은 47.3%인 1만4천717대에 그쳤다.

이에따라 2008년부터 3년간 270억원의 MRG를 민간사업자에 보전해 줬다.

◇'엉터리 예측' 검증 미흡..책임은 누가 지나?

경전철이나 대형 교량 수요 예측이 빗나가 결과적으로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남겼지만 주무관청이나 정부부처는 이 부분에 대해 겉으론 아무런 언급도 없다.

용역을 의뢰한 사업자나 용역을 수행한 업체 역시 '책임' 지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점은 사업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기초 수요조사를 민간사업자가 자기 비용으로 용역을 발주하고 이를 주무관청과 정부 전문기관에서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는 사업 착수를 위해 수요를 부풀린다고 해도 거품을 걷어낼 검증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2009년 12월에야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 '타당성 조사를 할 때 수요조사를 고의로 부실하게 수행, 발주처에 손해를 끼친 설계 등 용역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고의가 아닌 '중대한 과실'인 경우도 3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의 경우 교통개발연구원이 당초 하루 29만2천여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사업자가 서울의 교통예측 전문업체인 ADLENC에 의뢰해 다시 용역을 한 결과 현재 적용되고 있는 17만6천명으로 예상했다.

당시 수요분석에는 부산과 김해시의 도시기본계획, 개발계획, 인구 증가율 등이 반영됐다.

김해시는 이 용역 결과를 협약에 담기 전에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부산시와 김해시가 주무관청이지만 당시 건설교통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거가대교 추정 통행량 용역은 지난 98년 5월 접속도로 책임감리를 담당했던 서울 유신코퍼레이션과 부산 길평엔지니어링이 맡았다고 경남도는 밝히고 있다.

경남도는 또 용역 내용에 대해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검증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길평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시는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적인 국가교통량 데이터베이스가 확립돼 있지 않아 부산항 신항 등 다른 국가사업 시행 때 인용한 교통량 자료 등을 참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교통량 예측에는 워낙 변수가 많다"며 "당시 계획됐던 인근 지역 도로개설 등이 제 때 이뤄지지 않은 것 등 예측이 빗나간 원인도 다방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가대교 문제를 집중 제기했던 김해연(거제.진보신당) 경남도의원은 "한국도로공사의 차종별 통행량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거가대교 통행량 예측은 이해할 수 없다"며 "엉터리 통행량을 근거로 한 협약은 재협상을 거쳐 새로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