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들이 1조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깔고 앉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이 불안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서다.

17일 블룸버그통신은 리서치업체 프레퀸의 조사 자료를 인용,사모펀드들이 9370억달러의 현금을 투자하지 못한 채 떠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이 보유한 현금 가운데 20% 이상인 2040억달러가 2008년 조성된 펀드로 2년 안에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통상 사모펀드들이 5년 안에 투자를 통해 거둔 이익을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조성된 펀드들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시장여건 등으로 투자가 미뤄졌다. 알렉스 존스 프레퀸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투자를 연기해왔다"며 "마음이 급해진 매니저들이 조만간 대대적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서둘러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들은 특히 은행이 대출을 꺼리면서 차입매수(LBO)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BO는 돈을 빌려 기업을 인수하는 투자 기법이다. 투자되지 않은 현금 가운데 41%는 LBO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8년 조성된 LBO 펀드가 갖고 있는 현금은 915억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LBO 규모는 87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줄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