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이 모바일 시대 주도…6개월마다 신제품 내놔"
"비주얼이 모바일 시대 주도…6개월마다 신제품 내놔"
화려한 그래픽의 게임을 끊김없이 할 수 있는 것도,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모두 그래픽처리장치(GPU) 덕분이다. 노트북 데스크톱은 물론 모바일 기기와 서버에도 폭넓게 탑재되고 있다. 세상에 없던 GPU를 처음 개발한 업체는 엔비디아다. 1993년 실리콘밸리의 작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이제 연간 7억개 이상의 GPU를 전 세계에 판매하면서 40억달러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49 · Jen-Hsun Huang).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가장 큰 특징은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내놓을 정도로 혁신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으로도 이름나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PC 시장에 넷북이 등장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99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젠슨 황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분야에 역량을 쏟아부었다. 모토로라 델 아수스 삼성 LG 등과 차례로 협력을 맺으며 신규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7% 늘어난 35억4300만달러에 영업이익도 2억5600만달러를 올려 흑자전환을 이뤘다.

엔비디아의 모바일AP '테그라2'는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갤럭시 R'과 LG전자 '옵티머스 2X' 등에 탑재돼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데스크톱 PC용 칩뿐 아니라 노트북용 그래핏 칩셋인 지포스 M시리즈,모바일 기기용 테그라,휴대용 PC에서 그래픽 성능과 저전력을 유지해주는 아이온,워크스테이션과 전문가를 위한 쿼드로,슈퍼컴퓨팅을 위한 테슬라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황 CEO는 "미래는 더욱 '비주얼'하고 '모바일'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과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바일혁명이 기존 정보기술(IT)시장 판도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제품이다. 예를 들어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스마트폰의 등장이 시장 자체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것을 카메라시장의 몰락으로 볼 순 없다. 디지털 일안반사식카메라(DSLR)와 같은 고사양 카메라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PC도 마찬가지다. 휴대성을 강조한 저사양 PC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대체되고 있지만 게임 비디오편집 디자인 등에 필요한 성능을 가진 고사양 PC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PC시장에 있어 휴대성을 강조하는 시장과 비주얼과 같은 성능을 중요시하는 시장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시장이다. "

▼PC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얘기인가.

"그렇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도8 운영체제(OS)는 태블릿과 스마트폰도 지원하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가 개인용 PC와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되풀이 강조하지만 완전히 PC를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

▼엔비디아는 고사양에 집중하는 반면 최근 삼성이나 애플은 저가형 스마트폰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현재는 저가형과 고가형 스마트폰 시장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시기다. 엔비디아의 모바일 비즈니스도 성장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시장 진입 초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에겐 아직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

▼현 상황에서 가장 큰 경쟁자는.

"올 여름은 IT 산업의 격변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기였다. 인텔은 구글 MS 등과 다양한 협력방안을 발표했고 이것은 분명 향후 모바일 업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마디로 경쟁자와 협력자의 경계가 사라진 상황이다. 예를 들어 인텔과 엔비디아는 둘 다 모바일 칩셋을 만드는 기업으로 경쟁관계에 있지만 더 큰 생태계 안에서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는 관계다. 영국의 반도체설계전문회사인 암(ARM)과도 일반적으로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엔비디아가 ARM CPU에 기반한 테그라 AP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파트너다. "

▼차별화된 경쟁력이 있다면.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GPU를 제공하고 있고 2위와의 격차도 크다. 이것은 컴퓨팅에 있어 비주얼적인 측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이머나 디지털 콘텐츠 제작업체 등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키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칩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이것을 이용해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만의 강점이다. 물론 기술력도 중요하다. 특히 갤럭시탭10.1처럼 '통신'기능보다는 모바일 '컴퓨터'기능에 집중하는 제품에서 경쟁력을 가진다고 본다. "

▼처음 GPU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미래의 컴퓨팅은 텍스트 중심이 아닌 비주얼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컴퓨터에서 그래픽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당시 PC는 업무를 위한 기기였지만 곧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기기로 진화해 그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고 그것이 옳았다. "

▼모바일 기기에서 그래픽의 중요성은.

"모바일 기기와 PC에서의 그래픽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될 것이다. PC에서 고성능 그래픽을 맛본 사람들은 모바일에서 그 이상의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이미 모바일에서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게임에 최적화된 엔비디아의 테그라2를 활용한 최근 게임들은 실제와 가상현실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예를 들어 태블릿 PC를 통해 오토바이 운전 게임을 하면 실제 도로를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그동안 많은 경쟁사들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2000년 이후 줄곧 세계 1위를 달리는 이유는.

"세상의 모든 리더들은 제각기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나는 좋은 기술과 빠른 속도 못지않게 사용자들이 실제 얼마나 컴퓨팅을 즐기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게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에겐 개발툴도 지원하고 있다. PC업체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객인 게이머들,PC사용자들 모두 엔비디아의 고객이다. 이런 고객들을 한데 묶어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입체적으로 펼쳐온 것이 매출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한 것 같다. "

▼엔비디아 기업문화의 중심은 무엇인가.

"CEO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재'와 '상상력'이다. 혁신은 훌륭한 구성원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공간 속에서 나온다. 조직 내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수용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우리는 실패를 잘하는 법을 가르친다. "


◆ 젠슨 황 누구인가…1993년 엔비디아 창업, GPU 개념 창조

"비주얼이 모바일 시대 주도…6개월마다 신제품 내놔"
젠슨 황은 1993년 엔지니어인 커티스 프리엠 (Curtis Priem),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 등과 함께 작은 벤처 기업으로 엔비디아를 창업했다. PC에서 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던 시절인 1999년 처음으로 그래픽 처리장치(GPU)라는 개념을 창조했다. 어릴 적부터 아타리,닌텐도,세가 게임 등을 좋아했고 PC에서도 이런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창업 동기 중 하나라고 설명할 만큼 게임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오리건 주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회사를 설립하기 전에 미국의 반도체 업체인 LSI로직에서 엔지니어링,마케팅 총괄 운영을 맡았고 또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인 AMD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설계자로 재직하기도 했다.

2004년 팹리스 반도체 협회(FSA)의 '모리스 창 모범 리더십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대만 최대 반도체회사인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처럼 반도체 산업의 발전,혁신,성장,장기적인 기회 창출에 기여한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 그래픽처리장치(GPU)

중앙처리장치(CPU)가 PC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연산을 처리하는 '뇌'의 역할을 하듯이 그래픽 관련 연산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칩셋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확산되면서 거의 모든 디지털기기에 탑재되고 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