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처럼 "15일 여의도 점령" 한다지만…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반발로 미국에서 시작된 '월스트리트 점령(Occupy Wall Street)'시위를 본뜬 시위가 15일 한국에서도 벌어진다.

'여의도를 점령하자'는 구호 아래 열리는 이번 시위는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미국과 달리 일부 시민단체들의 조직적인 유도로 진행돼 정치적인 시위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자연스런 과정이 아니라 특정 정치 세력의 치밀한 계획과 동원에 따른 집회 및 시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와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 금융감독원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자본 규제 △금융당국 책임규명 △금융피해자 구제 등을 위해 한국판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금융자본이 단기간의 고수익을 위해 투기경영을 하면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전 세계 25개국 400여개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점령'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금융관료들이 그동안 자행해왔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을 책임지게 하고 금융자본에 의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등 금융 공공성 회복이 시위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위주도 단체들은 15일 오후 2시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오후 6시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다시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시위가 금융권 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대정부 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5일 서울광장 집회에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반대범국민운동본부,빈곤사회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등록금넷 등 진보성향의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30여곳이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론스타와 관련해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3500여명이 참여하는 외환은행 노조의 대규모 시위도 예정돼 있다. '여의도 점령'은 각기 단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번 시위에서는 금융이슈와 상관없이 고물가,반값 등록금,전세난,실업 등 사회문제가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으로 금융권에 대한 인식이 사나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국은 미국과 달리 금융자본이나 금융정책이 대규모 시위를 불러올 만큼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 시위는 대체적으로 보 · 혁 대결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자칫 커다란 사회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이번 시위가 정치투쟁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