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서열 16위인 CJ그룹이 이동통신사업에 전격 진출했다. 기존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이지만 방송 영화 음악 게임 등을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콘텐츠 기반을 갖고 있는 만큼 통신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기존 통신사보다 20% 저렴한 요금에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시킨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 초기 가입자들을 모으기가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비전은 12일 KT와 MVNO 계약을 체결,연말까지 단말기 수급을 마친 뒤 내년 초부터 본격 서비스에 나선다고 밝혔다.

변동식 CJ헬로비전 사장은 이날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그룹 차원에서 내린 것으로 기존 영세 MVNO 수준이 아닌,3대 통신사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적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J그룹 특유의 강점인 문화 콘텐츠 서비스를 결합해 사실상 국내 네 번째 이동통신 회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은 새로운 통신 서비스 브랜드명을 '헬로(Hello)'(가칭)로 정했다.

CJ는 통신요금을 대폭 낮추는 한편 기존 통신사들이 하지 못하는 영화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케이블방송과 온라인 쇼핑몰 회원을 기반으로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등 기존 통신사들과 마찬가지로 초고속 인터넷과 케이블방송,이동통신을 묶은 결합 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은 또 주로 재고 단말기를 사용하는 기존 MVNO와 달리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HTC 소니에릭슨 등 국내외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들과 직접 협상해 최신 단말기를 대거 도입할 예정이다.

영화관 CGV,건강 및 뷰티숍 올리브영,홈쇼핑 CJ오쇼핑,온라인쇼핑몰 CJ몰,엔터테인먼트 채널 투니버스와 온미디어, tvN 등 온 · 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동원해 전사적인 마케팅도 펼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단말기 수급 경쟁력에서 기존 MVNO와 차별화하고 이통사들과는 요금 및 서비스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MVNO시장에 진입을 주저하는 사이에 CJ가 선수를 쳤다"며 "CJ는 단순 재판매에 머물렀던 기존 MVNO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돼 기존 통신사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가상이동통신망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기존 사업자의 설비와 서비스를 도매로 제공받아 통신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고객들에게 독자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통신요금 인하와 서비스 다양화,고객 선택권 확대 등을 가능케 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