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 유럽판 '잃어버린 10년'?
일본의 거품경제가 20년 전에 붕괴된 이후 일본의 경제성장은 둔화됐고 이 시기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다시 나타날 것인가가 최근 몇 주간의 화두였다.

유럽은 향후 수년간 성장 없는 저금리 기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일본과 달리 서구는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한 공급 측 개혁의 필요성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므로 회복이 가능하다.

거품이 터졌을 당시 일본의 부채 문제는 서구와 달랐다. 일본은 경상수지가 흑자였고 자국에서 국채를 쉽게 소화할 수 있었다. 미국 또는 유럽 주변국들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으며 일본보다 좀 더 일찍 문제에 맞서야 했다. 일본은 또 저축률이 높았다. 따라서 저축한 돈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이와는 달리 서구 국가들은 현재 높은 개인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서구에서의 경제적 고통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디플레이션이었다. 일본의 주식시장은 아직도 1989년의 정점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토지 가격은 1991년에 정점을 찍은 후 2006년에야 하락세가 멈췄으며,이로 인해 일본 은행들의 담보 및 부실 채권 문제가 가중됐다. 소비자물가가 하락함에 따라 사람들은 지출을 미뤘다. 서구의 경우는 특히 높은 부채를 감안하면 디플레이션의 덫을 피해야 한다.

서구는 일본으로부터 올바른 교훈을 배워야 한다. 통화정책에 있어 서구는 일본의 중앙은행보다 단기간 동안 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펼쳤다. 일본으로부터 재정 쪽과 관련된 교훈은 더욱 복잡하다. 서구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1997년 금융붕괴 직전에 일본이 긴축 재정정책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1989년 12월 거품이 붕괴되었을 때부터 1997년까지 일본은 다양한 재정 부양책을 실시했고 모두 효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1997년을 기점으로 긴축 재정정책으로 돌아섰다. 소비세를 인상했고 공공지출을 줄였다.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고 금융 부문은 붕괴됐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한 가지 교훈은 수요를 필요로 하는 경제에서 성급한 긴축재정을 단행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은 또다른 재정적 교훈을 준다. 성장 약세가 일본의 정부 부채를 지금과 같은 걱정스러운 수준까지 증가시킴에 따라 성장 약세는 피해야 한다.

서구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감축시키는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것이 힘든 것으로 입증되었다.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었고 저축률이 높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당위성이 없었다. 또한 일본의 경우 엔화가 강세임이 입증되었고 이로 인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었다. 현재 서구에 시사된 교훈은 강력한 통화정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고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는 방안은 실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서구는 장기전을 치를 준비가 돼 있다. 따라서 서구가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추가적인 양적완화의 필요성,성급한 긴축재정을 삼가야 한다는 점,투자와 성장을 고무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디플레이션은 피해야 한다.

제라드 라이온스 <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