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은 최근 서울 구로동 본사에서 이석주 마케팅 담당 상무 주재로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세탁세제 '리큐(LiQ)'의 뚜껑 도난사고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리큐는 작년 5월 선보인 국내 최초 '겔' 형태 세제.뛰어난 세척력과 '뚜껑의 매력' 덕분에 올해 200억원 매출을 바라볼 정도로 세제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대다수 주부들이 세제를 '눈대중'으로 넣는다는 점에 착안,뚜껑을 '계량컵+세탁볼'로 만든 게 인기 비결로 작용했다. 뚜껑에 그려진 눈금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세제를 부은 뒤 뚜껑째 세탁기에 넣어 돌리면 되도록 했다.

문제는 '리큐 뚜껑이 편리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뚜껑만 '슬쩍' 가져가는 고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매월 500~600개씩,지금까지 1만개가 넘는 뚜껑이 매장에서 사라졌다. 리큐 뚜껑의 제작단가가 1개당 350원인 만큼 350만원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애경 관계자는 "다른 액체세제나 가루세제를 쓰는 주부들이 주로 뚜껑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리큐 뚜껑을 이용해 한 번 빨래할 때 적정 세제용량이 얼마만큼인지 측정해보고,세탁볼이 얼마나 편리한지 알아보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뚜껑이 달린 하드케이스 제품보다 저렴한 리필용 봉지 제품을 구입한 뒤 뚜껑만 몰래 가져가는 고객도 있다"며 "리큐 뚜껑이 본체에서 손쉽게 분리되는 것도 분실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애경은 도난 방지장치를 장착하는 등 도난을 막는 방법을 택하는 대신 오히려 분실사고를 '리큐 알리기'의 기회로 삼는다는 '역발상'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 리큐의 뚜껑이 훔쳐갈 정도로 매력적이란 사실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회의를 통해 1회 분량의 세제를 담은 리큐 뚜껑을 100만개가량 추가 제작해 대형마트 등에 판촉용으로 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