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 의회. EFSF 증액 법안 부결
[0730]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대출여력을 증액하고 기능을 확대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유럽 은행 자본확충 등 유로존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FSF 법안은 유로존 17개 회원국 모두에서 승인돼야 발효되기 때문이다. 슬로바키아를 뺀 나머지 회원국들은 승인을 마쳤다.

11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표결이 실시된 EFSF 법안은 승인에 필요한과반(76석)의 찬성표에 21표가 부족한 55표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 내 제2당인 ‘자유와연대(SaS)’가 법안을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정은 전체 의석수가 79석으로 의회 과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21석인 SaS가 법안 반대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베타 라디코바 총리가 정부신임과 연계한 이번 법안 표결이 부결됨에 따라 현내각은 실각하게 됐다.

다만 이날 표결은 재투표가 조만간 실시되고, 69석인 제1야당 스메르의 지지를 얻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시됐다.

라디코바 총리는 이날 표결에 앞서 “내 희망은 오늘 표결에 성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재투표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메르 당수인 로베르토 피초 전 총리는 현 연정이 좌초한 뒤 치러지는 재투표에서는 EFSF 법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파 정부에 `노(no)’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EFSF에는 ‘예스(yes)’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디코바 총리의 슬로박민주기독연맹(SDKU) 소속 이반 미클로스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발언을 통해 ”EFSF가 이번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실각한 라디코바 총리가 스메르와 새 정부 구성, EFSF 법안 지지를 놓고 모종의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슬로바키아 의회에서는 부결된 법안에 대해 정당들 간 타협을 통해 핵심내용을 고치지 않은 법안 수정안을 마련해 재투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 재투표를 통한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EFSF 재원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유럽 은행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슬로바키아의 법안 부결로 EFSF의 대출 여력은 현재의 2천500억유로에 묶이게 된다. 법안이 통과됐다면 대출 여력은 4천400억유로로 늘어난다.

또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EFSF에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 은행 자본확충 지원, 예비성격의 신용공여 등의 기능을 추가하기로한 것도 이행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