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분유 영양성분 '뜨거운 공방'
공정거래위원회의 자금지원을 받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소생연)이 고급 분유의 성분과 가격을 브랜드별로 비교해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소생연과 유가공협회가 정면 충돌했다. 유기농 우유에 대한 영양성분 공방에 이어 공정위 · 시민단체와 유가공업계 간 갈등이 또다시 불붙으면서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가공협회는 소생연의 분유가격 분석 방법과 결과를 반박하는 내용의 '프리미엄 분유가격 평가에 대한 의견'을 최근 소생연에 전달했다고 11일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오류가 많은 소생연의 조사 결과가 여과없이 일반에 공개될 경우 국내 분유 수출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주부들도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돼 의견서를 냈다"고 말했다.

소생연은 최근 남양유업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유업 등 4개사 10개 분유 품목을 조사해 "영양성분 격차는 5% 이내이지만,가격은 최대 3.7배 차이난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 대해 협회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오류가 있다고 밝혔다. 수입산 분유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무엇보다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수입산 분유는 영양성분 가짓수가 국내 제품에 비해 최저 절반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더 비싸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산 주요 제품의 영양성분 가짓수는 31~39종으로 남양유업 아이엠마더 74종,매일유업 앱솔루트 63종,파스퇴르유업 위드맘 70종 등에 비해 크게 적다. 그러나 g당 가격은 수입품이 44.4~56.4원으로 아이엠마더 35원,앱솔루트 '궁' 41.9원,위드맘 41.3원보다 높다.

프리미엄 분유를 판별하기 위한 성분 조사방법에 대해선 기본적인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최대 70여가지의 영양성분 가운데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칼슘 비타민E 등 기초 성분 5가지만을 조사해 비교했다는 것.

윤여창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 교수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은 에너지영양소로 모든 식품의 주된 구성 성분"이라며 "이들 영양소의 다소를 기준으로 분유 품질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모유 성분을 얼마나 더 함유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소생연이 5가지 기초 성분을 조사하면서 국내 기준이 아닌 국제식품규격을 잣대로 해 일부 제품의 영양성분이 기준에 미달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유가공협회는 수용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조사된 분유 제품은 국내법(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 정한 기준에 모두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유가공협회의 반발에 대해 소생연 관계자는 "수입품을 조사 대상에서 뺀 것은 국내 제품이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5가지 성분만을 조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궁금해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성분 분석오차 허용범위를 ±20%까지 정해놓고 있는 법령도 문제가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