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대인 원저우 상인 '사채 늪' 허덕
중국 정부가 '사채의 늪에 빠진 원저우(溫州) 상인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민간경제를 상징해온 원저우의 몰락은 지역경제의 붕괴를 넘어 광둥성 산둥성 등 중국 전역에 연쇄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미 취저우 등 원저우 인근 지역에서도 대규모 도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원저우 위기 확산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려온 '원상(溫商)'의 근거지인 원저우는 중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곳이다. '원저우 사람은 모두 사장'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 난춘후이 정타이그룹 회장을 비롯한 수많은 갑부를 배출했다. 상하이의 고층 빌딩과 산시성 허베이성의 대형 탄광 등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원상들이 자리잡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출 제조업에 뛰어들었고 안경 면도기 등은 세계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원저우는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위안화 강세 △은행의 대출 규제 △부동산시장 둔화 △수출시장 부진 등 한꺼번에 쏟아진 악재에 노출되면서 제조업체들이 빈사 상태로 몰리고 있다. 원저우 현상이란 말을 유행시키며 부동산 광산 등에 집단적으로 투자했던 기업인들은 가격 거품이 꺼지자 큰 손실을 입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렸지만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줄도산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연말까지 원저우 기업 중 40%가 도산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다. 원저우 주민들은 사채시장이 활성화되자 민간 대출업체에 앞다퉈 투자,시장 규모가 1200억위안에 이르고 있다. '기업 도산→민간 대출시장 붕괴→기업 및 주민 파산→지역경제 붕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반도주 기업인까지 복귀시켜

빚 독촉에 못 이겨 지난달 23일 미국으로 몰래 도망갔던 후푸린(胡福林) 신타이(信泰)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원저우로 돌아왔다. 후 회장은 20억위안(3600억원)의 부채를 갚지 못했다. 강남만보는 이와 관련, "시정부가 신변안전 보장과 기업 회생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도망간 기업인까지 처벌하지 않고 복귀시킨 것은 사태가 그만큼 다급해졌기 때문이다. 원저우에서는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기업인 90여명이 야반도주했다. 원저우 가구의 90%가 돈을 대고 있는 민간 대출시장이 붕괴될 경우 후폭풍은 감당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상하이 부동산시장의 폭락을 거론할 정도다.

원저우시 정부는 이날 소기업 법인세를 현행 20%에서 10%로 내리고 신기술 기업과 손실 기업에 세금을 추가적으로 깎아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 지점에 공무원들을 상주시키면서 기업에 대한 자금 회수와 차압 등의 조치도 중단시켰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