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선거 통해, 국제무대로 진출한 국내 최초의 재판관

국제유고전범재판소(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의 권오곤 부소장(58)가 국제사회에서 법조인으로서 쌓은 업적을 인정받아 영산법률문화상을 수상한다.영산법률문화상은 국가사회발전에 공헌한 법률가 및 법학자만을 대상으로 한 국내최초의 민간장학재단 상이다.

영산법률문화재단(이사장 윤관 전 대법원장)은 제7회 영산법률문화상 수상자로 권오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부소장이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시상식은 13일 오후 6시 30분 조선호텔(서울시 중구 소공동 소재) 2층 오키드룸에서 연다.50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이날 행사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현역 대법관 10여명 등 100여명의 법조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영산법률문화재단측은 “권 부소장은 32년동안 법조계를 걸어온 인물로서 2001년 대한민국 법관으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의 선거를 통해 국제유고전범재판관으로 선출돼 국제무대에 진출했다”며 “이후 국제무대에서 세계평화와 정의구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법의 발전과 국제협력에 독보적인 공적을 세웠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유고전범재판소는 보스니아 내전 당시 옛 유고연방에서 자행된 학살과 고문,강간 등 반인륜범죄 단죄를 위해 마련된 국제법정이다.

권 부소장은 1979년 서울 민사지방법원의 판사로 입관한 후 2001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진출하기까지 한국에서만 22년간 각급 법원의 판사,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10년 경력 법관의 동일처우’제도를 기안,도입함으로써 1심단독재판을 강화하고, 법관동일 호봉제의 초석을 다졌다.

국제무대 진출이후에는 세계 역사상 최초로 국가수반에 대해 열린 형사재판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구 유고 국가원수)사건의 재판에 참여했다.현재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 공화국 대통령(보스니아 내전 1992~1995년,당시 크로아티아계, 이슬람계 등 비 세르비아계 주민을 집단 학살한 혐의를 받는 전범 용의자)에 대한 사건의 재판장을 맡고 있다.

국내 판사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 펠로우 근무제도 도입과 한국인 연구관 및 인턴 채용 등 국내 법조인들의 국제무대 진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수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실무와 학문을 병행한 법조인으로도 유명한 권소장은 국제적 권위의 옥스퍼드 대학의 국제형사법잡지의 편집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국ㅈ형사재판소 건거를 위한 독립위원회(CICC)의 아시아 대륙 대표위원으로 선정돼 활동 중이다.

수상소식을 접한 권 부소장은 “이번 수상은 계속 한국법학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위하여 일로매진하라는 뜻으로 받아 들이겠다”면서 “앞으로 독립되고 공정한 사법제도와 같은 국제 사회의 화두를 따라 국내 법조계가 더욱 발전해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상금 지급 및 재단 운영은 영산대(총장 부구욱)의 설립자인 고 박용숙 여사가 2002년 12월 사회환원차원에서 출연한 현금 30억의 설립기금으로 이루어진다.정의가 살아 숨쉬는 사회구현을 위해 바람직한 법치주의를 지향한다는 모토로 2004년 3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영산법률문화재단은 매년 법치주의 이념을 구현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공헌한 법률가와 법학자를 발굴 표창하는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