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마스터플랜] 인플레 헤지상품 필수…연금은 생활비, 펀드 수익금으로 취미 활동
'베이비 부머'라고 불리는 1955~1963년생들이 은퇴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중 태어난 사람은 약 700만명으로 추산된다. 국내 인구의 약 15%에 달한다. 평균 기대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베이비 부머들에겐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자산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소득과 비용의 현금 흐름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자산 포트폴리오를 짜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할 수 있도록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 은퇴 후 자산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소득 · 비용 현금 흐름 일치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지나치게 많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한마디로 집 한 채가 은퇴 자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미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하기 시작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이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60% 정도를 차지한다. 반면 한국의 베이비 부머들은 금융자산이 20%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은 현금화가 어렵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현금을 사용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1년 피델리티 은퇴 백서에 따르면 국내 도시근로자들의 은퇴소득 대체율은 42% 수준에 불과했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후 공적연금 · 퇴직금 · 개인저축 등 소득이 은퇴 전 소득 대비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반면 평균적인 국내 근로자들이 희망하는 은퇴소득 수준인 목표소득 대체율은 62%였다. 다시 말해 근로자들이 실제 준비해 놓은 소득과 희망하는 소득이 2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은퇴 후 자산관리의 출발점은 한마디로 소득과 비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둘 간의 현금 흐름을 맞추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소득 한도를 넘어서는 비용 지출을 지속할 경우 은퇴 후 자산 고갈이 불가피해서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에 따르면 소득은 크게 △확정소득(국민 · 퇴직 · 개인연금) △신뢰할 수 있는 소득(현금 · 예금 · 고정금리 채권 등) △변동성 있는 소득(펀드 · 주식 · 부동산 등) △잠재소득(상속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소득은 은퇴 후 비용과 일치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확정소득은 '필수비용'(식비 주거비 등)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뢰할 수 있는 소득은 중요비용(의복 · 차량 유지 · 의료비 등)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면 좋다. 변동성 있는 소득은 선택적 비용(휴가 · 레저 · 취미 등)을 해결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라

[100세 시대 마스터플랜] 인플레 헤지상품 필수…연금은 생활비, 펀드 수익금으로 취미 활동
연금 등 확정소득이 필수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부족한 경우엔 다른 자산을 활용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 투자를 고려해봐야 한다. 대표적인 것은 증권사 등의 월지급식 상품과 보험권의 즉시연금 등이 꼽힌다. 자신의 투자성향,노후 생활비 부족분 등을 감안해 적절한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자산 운용은 은퇴 후 자산관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돈을 풀어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어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노후 대비용 자금을 충분히 마련한 사람도 단지 현금만 보유한다면 그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금융상품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자산으로는 △IT(정보기술) 바이오 등 성장을 주도하는 업종에 속하는 주식 △물가 상승률 수준의 이자를 보장하는 물가연동 국고채 △최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구리 등 원자재가 꼽힌다. 향후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중도 매도시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 채권에도 자산의 일정 부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국제 채권인 딤섬본드도 인플레이션 헤지용 투자상품으로 꼽힌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