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준법지원인이 필요한 건 기업이 아니라 변호사회인 것 같네요. "

지난 1월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나승철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34 · 사법연수원 35기)는 10일 이렇게 꼬집었다. 회장 자격을 '법조 경력 10년 이상(변호사 경력 5년 이상)'으로 제한한 서울변회 총회 결의는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지난 6일 나온 데 대한 반응이었다. 나 변호사는 지난 선거에서 30대의 최연소로 출마해 7명 후보 가운데 2위를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1078표를 얻어 1위를 기록한 오욱환 회장(51 · 14기)과 불과 26표 차이였다. 취업 · 영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변호사들이 대거 지지한 결과였다.

서울변호사회는 회장 선거 뒤인 지난 4월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 출마자격을 제한하는 '임원 선거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조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회원이 회장으로 선출되면 회원들의 이익을 조화롭게 융화시키기 어렵고,후보자 난립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젊은 변호사들은 "나 변호사 같은 청년 변호사들의 출마를 부당하게 막으려 한다"며 반발했고,한 변호사는 무효소송까지 냈다.

재판부는 무효소송 판결문에서 "단체 안에서 개인 회원의 평등권,참정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변호사법과 서울변호사회 회칙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위반의 정도가 중대하고 명백하다"는 표현까지 썼다. 변호사법 66조에서는 지방변호사회의 회칙에 '회원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서울변회 회칙 11조1항은 '개인회원은 임원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 피선거권의 범위나 제한에 관해 임원 선거규칙 등 하위 규칙에 위임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이번 판결은 1심이어서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만약 최종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법률 전문가 집단인 서울변호사회가 구성원의 의무와 권리에 관한 법률인 변호사법도 제대로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서울변호사회는 재계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나 적용하자"는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해 "500억원 이상으로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준법지원인이 시급하게 필요한 곳은 서울변호사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기업 걱정할 때가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