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기술력만으로 해외진출 한계"
인케(INKE · 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 의장들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아직 미흡하며,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기술보다는 마케팅과 가격 경쟁력을 가장 시급히 보완할 과제로 제시했다.

10일 한국경제신문이 인케 각 지부 의장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응답자들의 86%(43명)는 해외에서 체감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품질 · 기술 경쟁력은 '뛰어난 편'(42%)이거나 '아주 뛰어나다'(10%) 등 견해를 보였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 기술력이나 품질은 뛰어나지만 가격이 비싸거나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 전반적인 시장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레이몬드 강 미국 뉴욕 지부 의장은 "원가 절감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판로 개척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인케는 2000년 한국경제신문과 벤처기업협회가 순수 민간 조직으로 탄생시킨 단체로 전 세계 44개국 73개 지부에 900여명의 회원이 있다. 국내 중소 ·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보부상들이다.

홍병철 인케 회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현지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어서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저한 시장 조사 · 가격 경쟁력이 성패 좌우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가장 시급히 보완할 점으로 응답자의 32%(16명)는 '현지 시장 조사 및 마케팅'을 꼽았다. 해외 네트워크 구축(20%),가격경쟁력 확보(14%) 등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정승화 뉴저지 지부 의장은 "한 온도계 제조업체가 어렵게 미국 업체와 10만대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켜 놓고도 기준 온도를 한국 기준에 맞춰 수출하는 바람에 '불량' 판정을 받아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며 "현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판로 개척 노하우를 쌓지 않으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영 베트남 호찌민 지부 의장은 "중국업체들이 저가의 비슷한 제품을 금방 내놓기 때문에 원가 절감 노력 없이는 버티기 어렵다"며 "품질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케 의장들은 이외에도 △고기술 · 고가 제품보다는 시장 눈높이에 맞춘 품질과 가격의 제품을 만들 것 △애프터서비스(AS) 등 판매 후 관리 시스템을 갖출 것 △제품 · 기술 특허를 확보할 것 △현지 아웃소싱 혹은 합작회사 설립 등을 조언했다.

◆"각국별 유망 비즈니스 살펴라"

인케 의장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유망 수출 품목으로 단연 정보기술(IT) 제품(32%)을 꼽았다. 생활가전 등 전자제품(14%),식품(10%),의료(10%),드라마 게임 등 콘텐츠(8%),바이오(6%),자동차 부품(6%) 등도 유망한 수출상품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의장들은 특히 지역별 유망 비즈니스를 잘 살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지역별 뜨는 업종으로 남아공은 보안시스템과 화학제품,중국은 바이오 IT 환경,우크라이나는 IT 의료 에너지,러시아는 휴대폰 건설,홍콩은 명품과 고급 귀금속,아르헨티나는 바이오와 에너지,브라질은 소비재와 건자재 등을 제시했다.

김상진 터키 이스탄불 지부 의장은 "한류 영향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해외 전시회 등으로 경험을 축적하고 정부지원 프로그램,인케 같은 민간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