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유연성 강조..인도적 지원 재확인

최근 답보상태를 보이던 정부의 통일재원 마련방안이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지원 발언'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통일 준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면서 "특히 통일재원 마련은 평화통일을 위한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자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더는 우리 세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통일부와 재정 당국 간 견해차로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는 통일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안(案) 마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통일재원 정부안을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재정 당국과의 이견 등으로 수차례 연기했다.

재정 당국은 국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이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글로벌 재정위기를 언급하며 '2013년까지 균형재정 달성'을 강조함에 따라 통일재원 정부안은 더욱 불투명해졌었다.

일각에서는 통일재원 정부안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에는 또 앞으로 통일재원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의 협조를 바란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통일재원 추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축사에서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통일부는 이를 토대로 외부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통해 2030년 남북통일 시(중기형 시나리오) 통일 전 20년, 통일 후 10년간 총 818조~2천836조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통일 후 초기 1년간 비용은 단기형(2020년 통일) 27조4천억~120조1천억원, 중기형 55조9천억~277조9천억원, 장기형(2040년 통일) 75조1천억~298조1천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통일부는 전체 비용 가운데 최소 통일후 1년간 들어가는 초기비용은 미리 적립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입법화가 추진되는 통일재원 정부안은 남북협력기금 불용액 적립과 세금이라는 2개의 축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 발휘를 강조하는 한편, 현재 영ㆍ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해 실시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방침임을 재확인했다.

최근 취임한 류우익 통일장관이 줄곧 유연성을 강조해왔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는 유연성을 매개로 북측에 지속적임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남북관계를 가로막은 북핵 문제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확인하면서 취약계층의 범위나 지원품목 확대 등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의 문을 더 넓힐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