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위기로 숨가쁘다. 신용평가업체인 피치가 지난 주말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며 재정위기 전염 우려를 키웠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채권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유럽 은행권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프랑스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정부는 파산 위기에 처한 덱시아은행의 처리 방안에 합의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은행 자본확충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활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유로존 3 · 4위,잇따라 신용 강등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지난 7일 유로존 3,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스페인 신용등급은 기존 AA+에서 AA-로 두 단계,이탈리아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졌다. 피치는 성명을 통해 "국가부채 문제뿐 아니라 경제성장세도 매우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핵심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떨어지면서 재정위기가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재정위기에 따른 PIIGS 국채값 폭락이 유럽 은행 부문의 시장 신뢰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카운트다운 들어간 은행 자본확충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IGS' 국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당장 부실에 빠질 위험을 차단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경기침체에 대비하기 위한 자본확충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최근 유럽 은행권에 대한 불안은 빠르게 증폭돼왔다. 7월 중순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온 프랑스 은행들에 이어 최근에는 영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대량 강등되는 등 '위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은행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독일 은행 자본확충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프랑스 5대 은행이 자본확충을 위해 프랑스 정부에 총 1000억~1500억유로 규모의 공적자금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총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을 갖고 덱시아은행 처리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덱시아은행의 부실자산을 따로 모아 3개국 정부가 보증하는 '배드뱅크'를 만들어 처리하고 나머지는 3개국 내 사업부문별로 분할 매각키로 했다.

◆난제 적지 않았던 獨 · 佛 정상회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을 방문,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재정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당초 프랑스는 은행권 자본확충 작업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지만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며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유럽기금 활용에서 새로운 이견이 노출됐다. 로이터통신은 "프랑스는 자국 은행들의 자본확충에 4400억유로 규모 유럽기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독일은 '유럽기금은 각국 금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사용할 최후 수단'이라고 맞섰다"고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