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한경 씨는 매일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스포츠센터에 간다.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거나 수영을 한 뒤 샤워를 마치고 상쾌하게 출근길에 나선다. 퇴근길에는 단지 내 독서실에 들러 중국어와 일본어 등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주말엔 소극장에서 영화나 연극 감상을 하거나 파3 미니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경로당 유치원 등이 전부였다. 최근엔 수영장 헬스장 등 운동시설뿐만 아니라 공부방 등 교육시설,소극장 등 문화시설까지 갖춘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상 생활을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모두 해결하는 '원스톱 리빙'이 가능해지고 있다.

커뮤니티의 진화를 촉진하는 것은 주택에 대한 의식 변화다. 집을 사는 목적이 거주보다는 투자에 있을 때 편의시설은 부수적인 요소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삶의 만족이 핵심 가치로 등장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그동안 입지와 브랜드가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결정했다면 이제는 커뮤니티가 제3의 가치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커뮤니티 시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아파트 커뮤니티는 대형화 고급화 다양화 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외적인 업그레이드와 함께 주민들 사이의 친밀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커뮤니티 진화의 원조로 꼽히는 삼성물산의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는 스포츠시설 규모가 3300㎡에 이른다. 신라호텔 피트니스클럽 트레이너들이 직접 선정한 60여개 운동기구가 설치돼 호텔 못지 않은 시설을 자랑한다.

GS건설의 커뮤니티 공간인 '자이안 센터'는 아파트의 단점으로 꼽혀온 입주민들간의 부족한 소통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이안 센터에서 만난 주민들은 골프,풍선아트,산악회 등 취미에 따라 동호회를 꾸린다. 커뮤니티 시설을 동별로 분산 배치, 주민들의 신체활동을 늘리면서 이웃 간에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에서도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가 한창이다. 부산에 들어선 포스코건설 '더 샵 센트럴스타'는 동마다 스카이라운지를 마련했다. 30층에 마련된 스카이라운지에서는 부산 도심 조망이 가능하다. 인테리어도 특급 호텔 수준으로 가족 모임을 열 수 있다. 커뮤니티 시설 전문업체인 디올의 조제우 대표는 "앞으로는 가구별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커뮤니티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발전할것"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