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5일(미국 시간)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일 국내 증시는 개장 직후부터 정보기술(IT) 관련주들을 필두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IT주의 경우 '애플의 경쟁력 약화'라는 막연한 시장의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일뿐 펀더멘털(기초체력)의 변화가 아니라서 추세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오히려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 방안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무장관들 사이에서 논의됐다는 사실에 전문가들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사실상 그리스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승우 대우증권 투자전략부 연구위원은 "유럽은행들의 재자본화 방안은 결국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역내 금융기관들을 구제하고 그리스 디폴트에 대한 방어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라며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 돌연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IT 관련주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이는 분명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만 유럽발(發) 재정위기라는 시장의 리스크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추세 전환으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주인 IT 관련주와 자동차 관련주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야할 시기라고 이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또는 경기상황과 연관성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를 매매하는 것도 유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주초반 수급불안으로 하락했던 증시가 회복국면을 나타낸 것이지 추세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 계획도 아직까지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전 세계의 금융정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친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고, 국내 기업들의 적정가치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도 저평가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서 10월 한 달간 시장은 8~9월보다 반등할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특히 "3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실적에 대한 신뢰성이 높은 업종을 매수하는 것이 당분간 유리할 수 있다"면서 "당초 예상보다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매우 낮아진 IT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라고 권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