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반사이익…한국IT株에 날개 달아주나
애플 아이폰4S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망감이 국내 경쟁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정보기술(IT)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반도체주에서 시작된 IT 주가의 상승세가 애플 실망감을 계기로 휴대폰 관련주까지 확산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 대형 펀드들이 국내 IT주를 대량으로 사들여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애플 추격 시간 벌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IT주가 포함된 전기 · 전자 업종지수는 0.32%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1666.52로 마감,39.67포인트(2.33%) 하락했지만 전기 · 전자 업종지수는 전날에 이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기 · 전자 업종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삼성전자LG전자 등 휴대폰 관련주였다. 삼성전자는 84만2000원으로 1만4000원(1.69%) 상승했고 LG전자도 6만9500원으로 300원(0.43%) 올랐다.

애플의 신제품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이 경쟁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호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2 LTE가 아이폰4S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전성훈 하나대투증권 IT팀장은 "애플 아이폰4S에 적용된 기술은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이미 갖고 있는 것"이라며 "애플의 제품 혁신 속도가 주춤해져 국내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차장은 "스마트폰 후발 업체들이 애플을 따라잡을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며 "LG전자는 실적과 주가 측면에서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고 분석했다.

◆LGD 등 해외서도'러브콜'

외국 대형 펀드들은 최근 낙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국내 IT주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LG디스플레이 주식 1747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계 투자회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9월 들어 224만여주를 장내에서 추가 취득,보유 주식을 1972만1653주(지분율 5.51%)로 늘렸다.

LG디스플레이 주가가 최근 2만원 아래로 떨어져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지자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준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패널가격 하락과 원 · 달러 환율 상승으로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적자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우려되지만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7배 수준까지 추락해 이미 저조한 업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중앙은행은 LG이노텍 보유 주식을 102만2030주(지분율 5.07%)까지 늘렸다. 취득가격이 주당 10만원을 웃돌아 5일 종가 5만9500원보다 높지만 손절매 시점은 이미 늦은 것으로 판단,오히려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소재 업체 덕산하이메탈에도 외국계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8월9일 미국계인 피델리티가 147만6755주(5.02%)를 보유 중이라고 신고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모건스탠리가 단순 투자 목적으로 161만5851주(5.5%)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남대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설비 증설에 따른 수혜와 독보적인 지위 등을 감안하면 덕산하이메탈 주식은 매력이 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8000원을 제시했다.

유승호/안재광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