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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자사주 매입'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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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호 증권부 기자 thlee@hankyung.com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9월 이후에만 두산중공업 OCI STX 대신증권 등이 주가안정을 위해 각각 100억~800억원의 현금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모두 10곳이다. 올 들어 월간 기준 최대였다.

    글로벌 증시 급락과 함께 자사주 매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미국 벅셔해서웨이 회장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벅셔해서웨이의 주가가 저평가 영역을 벗어날 때까지 자사주 매입에 대규모 현금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자사주를 사들이면 유통주식 수가 줄어든다.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도 감소한다. 기업가치가 같을 경우 유통주식 수나 발행주식 수가 감소하면 주가엔 도움이 된다. 자사주 매입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적일 때 그렇다. 요즘처럼 주가가 급락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초래할 수도 있다. 주가를 방어하기는커녕 현금성 자산만 축내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휴렛팩커드는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76억달러를 들여 2억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주당 매입가는 38달러였다. 5일 휴렛팩커드의 주가는 23달러.주가도 방어하지 못하면서 엄청난 현금만 축낸 꼴이 됐다.

    현대증권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8월19일부터 9월26일까지 자사주 340만주를 345억원(주당 1만161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이날 현대증권 주가는 9090원으로 마감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9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중단키로 한 결정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매년 2조원 안팎을 투자했다. 하지만 위기가 심화되자 자사주 매입대금을 투자 재원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똑같은 돈을 회사의 성장에 투입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주주를 훨씬 더 생각한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자사주 매입만 보고 따라사기에 나섰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외발(發) 급락장이 낳은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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