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수렁에 빠진 유럽, 당장 2조 유로 있어야 위기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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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으로 번진 '그리스 불길'
재정위기국 국채 많이 보유한 佛도 위험…글로벌 주요은행 부도 가능성 사상최고
재정위기국 국채 많이 보유한 佛도 위험…글로벌 주요은행 부도 가능성 사상최고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적인 확산국면에 진입했다.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3단계 떨어뜨린 무디스는 "이탈리아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기회복을 막고 있는 장애물은 쉽게 치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신용평가 업계 거인이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을 울렸다"고 우려했다.
◆伊 3단계 강등,"더 나빠질 것"
재정위기로 신음하는 유로존은 이탈리아 신용 강등에 적잖이 요동치고 있다. "1조9000억유로의 부채를 지고 있는 유로존 3위 경제대국 이탈리아가 파산한다면 그야말로 대혼돈이 닥칠 것"(독일 일간 디벨트)으로 지적된다.
무디스는 이탈리아 부채문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장기자금 조달 리스크가 커진 점을 신용 강등의 이유로 꼽았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경제의 취약성이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없는 점을 근본문제로 지목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0년간 유로존이 1.1% 성장하는 동안 연평균 0.2%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날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5.49%로 독일 국채와 금리차가 3.76%포인트로 벌어졌다.
무디스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상황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말까지 550억유로 규모 이탈리아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도미노,본격적으로 쓰러지나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날 긴축노력의 '모범생'으로 불려오던 포르투갈이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두손을 들었다.
포르투갈은 올해 2분기에 재정적자가 급격히 늘어난 데다 마데이라섬 지방정부가 11억유로 규모 부채를 숨겨놨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장은 유럽 국가 전체에 대해 불신의 눈길을 보냈다.
프랑스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높다. 이탈리아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가 프랑스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 세계 24개국 은행들이 8673억달러 규모 이탈리아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인 3925억달러가 프랑스 소유분이다. 지난달 무디스는 프랑스 2,3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에 대해 "재정위기국 국채 보유 비중이 높다"며 신용 등급을 강등했었다.
주요 은행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 은행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반영하는 아이트랙스(iTraxx) 지수는 566bp로 리먼사태 때보다도 더 높아졌다. 모건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CDS프리미엄도 8~15%가량 급등했다.
◆허둥대는 대책마련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지만 유럽은 뚜렷한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 대응수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몇 주 안에 2조유로 규모 '바주카포'를 배치해야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유로존 안정을 위한 협력 차원에서 유럽기금이 발행하는 채권을 추가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일본은 올 상반기에 27억유로 규모 유럽기금 채권을 샀었다. 반면 독일은 추가출자 부담으로 유럽기금 확대에 대한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