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간병하는 며느리를 그린 일본 영화 ‘소중한 사람’이 개봉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며느리의 간병일지를 바탕으로 소설이 나왔으며 이 소설이 다시 영화로 제작됐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직장에 다니면서 그녀를 돌봐야 하는 며느리, 할머니의 변화가 당황스러운 손자 손녀, 그리고 이런 상황이 누구보다도 견디기 어려운 아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못지않게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도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문제다.

아직까지는 자녀들이 나이든 어머니를 부양하는 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중장년층 여성들은 앞으로 자녀들로부터 부양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중장년층 여성들은 과연 어떤 노후 준비를 해야 할까.

2009년 기준으로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평균 83.77세다. 남성의 76.99세보다 7세가량 많다. 매년 여성들의 수명이 5.5개월씩 늘어나고 있으니 아마 현재 중년 여성들은 최소한 90세 이상 살아간다고 가정해야 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남편이 아내보다 두세 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남편이 먼저 사망한 다음 아내는 10년 이상을 홀로 살아가게 된다.

여성 노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고독과 가난뿐만이 아니다. 골다공증 낙상 치매 암 우울증과 같은 고질적인 질병도 이들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여성 홀로 살아가야 하는 10년은 자칫 빈곤과 외로움, 질병 속에서 힘들게 보내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가 매우 시급하다.

첫째, 여성만을 위한 생활비와 의료비 주거 가족과의 관계 등을 고민해야 한다. 남편과의 사별 후 홀로 지내는 여성을 위해 어디서 거주할 것인지, 어떤 연금이 있는지, 의료비와 요양경비를 준비할 것인지 등을 염두에 두고 생애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둘째, 은퇴자금을 마련할 때 부부형 연금설계를 해야 한다. 남편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게 될 금융자산을 반드시 부부형으로 마련해야 한다. 퇴직금 개인연금 펀드 정기예금 등을 노후에 연금으로 탈 때 남편 사망 후에도 부인이 받을 수 있도록 선택해야 한다. 부부형 연금은 부부 중 어느 한 명이 먼저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가 계속해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주가입자인 남편이 사망하면 액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남은 가족이 계속 유족연금을 타게 되므로 대표적인 부부형 연금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여성의 간병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편의 간병은 부인이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남편이 사망한 뒤 홀로 장기간 살아가야 하는 부인의 간병 대책은 명확하지 않다. 치매에 시달리는 여성은 가족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며 일부는 요양시설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