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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인화지서 피어오르는 사진…암실 속 '기적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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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스토리 - 2030 기자의 아날로그 이야기

    현상액·정착액 묻히고…까다로운 현상 과정
    고약한 약품냄새 참는 건 '뽑을 때의 즐거움' 때문

    "암실은 뽀뽀나 하고 속삭이는 곳이 아니다. 조용히 집중하는 공간이야.사진은 찍을 때보다 뽑을 때 더 집중해야 한다. 알았나?"

    장진영,이정재 주연의 2002년 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 나오는 대사다. 대학 사진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들에게 한 선배는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연애하지 말라고 일장 연설을 한다. 하지만 선배의 바람(?)과는 반대로 두 주인공은 암실에서 무럭무럭 사랑을 키워간다.

    암실이란 공간은 종종 영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으로 묘사되곤 한다. 사방이 막혀 있고 어둡고 붉은 등만 켜놓는 데다 대부분의 사람은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게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오버 더 레인보우 같은 멜로 영화보다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2008)'처럼 공포 영화에서 괴기스런 분위기를 돋우는 용도로 훨씬 많이 이용되는 것 같다.

    ◆백지에서 사진이 피어오르는 기적의 순간

    사진 인화지는 기본적으로 필름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필름을 빛에 노출시키면 과다 노출로 새까맣게 타버린 사진이 나오는 것처럼 인화지도 빛에 반응한다. 다만 일반적으로 필름보다는 인화지가 빛에 덜 민감하다. 붉은 조명에는 인화지가 덜 반응하는 특성에 따라 대부분 암실에선 사물을 겨우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의 약한 붉은 전등만을 켜두곤 한다.

    사진 인화 작업은 크게 두 가지 과정으로 이뤄진다. 우선 현상된 필름을 확대기에 끼우고 확대기 렌즈를 돌려 화상이 인화지에 선명하게 나올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다. 정확히 초점이 맞았다면 인화지를 확대기 아래 이젤에 고정시킨 뒤 적당한 시간 동안 필름 화상이 인화지에 맺힐 수 있도록 한다. 확대기 렌즈의 조리개값과 사진의 흑백 대비 정도를 정해주는 콘트라스트 필터에 따라 노광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노광이 끝났다면 현상 작업이다. 인화지를 확대기에서 빼 미리 준비해둔 현상액 트레이에 넣는다. 섭씨 20도 현상액에서 1분가량 현상액이 인화지에 골고루 묻도록 트레이를 흔들어준다. 다음은 더 이상 인화지에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지액에 넣고 30초가량 흔든다. 다시 정착액으로 옮겨 인화지에 남아 있는 할로겐화 은을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로 약품을 씻어낸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 흰색의 종이에서 사진이 피어오르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날이 새는지 모르고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는 소소한 기적은 덤이다.

    ◆"찍을 때보다 뽑을 때 더 즐겁다"

    암실 작업을 통해 얻어낸 흑백 사진의 장점은 무엇일까. 혹자는 디지털 인화보다 사진의 계조가 뛰어나다는 말을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인화는 흑백 인화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직접 인화를 한다면 각종 장비와 약품값은 물론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전문가에게 인화를 맡긴다면 인건비 탓에 일반 디지털 인화보다 몇 배는 비싼 가격을 물어야 한다. 들쭉날쭉한 결과물도 문제다. 위대한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사진의 대다수를 인화한 피에르 가스망이나 '존 시스템'이란 노출측정법을 만든 사진가 안셀 애덤스와 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암실 인화를 통해 완벽하게 동일한 결과물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노광과 현상 시간,약품의 온도 등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인화지에서 사진이 떠오르는' 순간의 희열을 위해 지금도 암실에서 도끼자루 썩는지 모르고 약품 냄새를 맡고 있다. 사진의 최종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인화지를 내 손으로 직접 뽑아내는 과정은 일단 맛들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구석이 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꼭 마음에 드는 톤과 노출의 사진이 백지에서 떠오를 때의 즐거움은 '사진'이란 취미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다. 앞서 영화의 대사를 약간 비틀어 보면 "사진은 찍을 때보다 뽑을 때 더 즐겁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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