週 3회 컨설팅 덕에 인건비 3분의 1로 '뚝'
지난 28일 수원 영통의 성주음향 작업장.수술용 흰 장갑을 낀 직원들이 가느다란 핀셋으로 스피커 제품을 조립해 나갔다. 생산라인엔 스피커 프레임과 소리 울림을 유지하는 진동판,스피커를 고정하는 코일 등 각종 부품들이 놓여 있었다. 생산 공정을 관리하던 이병천 상무는 "조그마한 이물질이라도 섞여 들어가면 스피커에서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옆 방은 스피커 품질을 검사하는 각종 테스트 기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잡음 유발 원인인 먼지를 측정하는 기계부터 고열 · 고압에서 얼마나 견디는지,최대 음향으로 몇 시간을 버티는지를 측정하는 시스템까지 그 종류만도 수십가지였다. 이 상무는 "주요 납품처인 삼성전자를 만족시키려면 이 정도 테스트는 기본"이라며 "삼성의 까다로운 품질기준 덕에 우리 제품의 품질도 덩달아 뛰어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1위를 향해 달린다

1988년 세일전자로 출발한 성주음향은 자동차용 스피커와 TV용 스피커,유선 전화기용 스피커 등 매달 600만개 이상의 스피커를 생산하는 전문업체다. 국내를 비롯 중국,태국,멕시코 등 5개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생산량의 60% 이상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한국GM,르노삼성 등 자동차 업체에도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1억달러 매출을 꿈꾸고 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납품처로 소문나면서 소니,샤프,도시바,히타치 등 일본 업체로부터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께 루마니아에 공장을 설립,유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최윤길 사장은 "협력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를 무대로 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삼성전자 덕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 지원은 '고기를 대신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직접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창업 22년 만에 국내 스피커 시장을 석권했지만 세계적 스피커 브랜드인 '하만카논'이나 '보스'와 직접 경쟁하기엔 힘이 모자랐다.

그는 "설계,조립 등 기술력만큼은 자신있었지만 마케팅에선 언제나 인적 · 물적 자원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전했다. 단기 생산 공정에만 치우친 경영시스템 탓에 장기 전략을 수립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삼성 지원받아 경영체질 개선

최 사장은 고심 끝에 최대 납품처인 삼성전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에 참여한 뒤 회사는 눈에 띄게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매주 세 번씩 경영 컨설턴트를 보내 경영시스템 개선을 위한 그룹가치평가(GVE) 프로그램 도입을 지원했다. 원가 절감부터 불필요한 공정 개선까지 중소기업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성주음향의 기초 체력을 한 단계 높였다.

최 사장은 "멕시코 공장은 GVE 프로그램 덕에 원가절감에 성공한 대표 사례"라며 "공정 프로세스를 짧은 기간에 제품을 만들어 납품할 수 있는 소량 생산에 맞추고 부품 자동화설비 구축을 통해 인건비를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성주음향은 삼성전자가 협력사 경영 후계자들을 위해 운영하는 1년 과정의 미니MBA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재무,회계,글로벌 마케팅,경영전략 교육을 통해 대를 잇는 중소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직원들도 삼성이 마련한 특화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들어 동종 중소기업 간 교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인력 및 기술유출 등을 우려로 왕래를 꺼렸지만,이제는 한 달에 한 번씩 정기 모임을 갖고 시장 및 기술 흐름을 공유한다. 최 사장은 "동반성장의 혜택을 우리 사회에 되돌려주고 싶다"며 "사업을 시작한 지 30년이 되는 2018년쯤 다문화,노인 장학재단을 만드는 게 개인적인 소망"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ins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