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올 초 롯데백화점에 그룹 내 첫 여성 임원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점장 자리에 처음으로 여성이 선임됐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이민숙 서울 미아점 식품팀장(39)을 신임 충북 청주 영플라자 점장으로 임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패션 전문관인 청주 영플라자는 일반 백화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엄연한 단독 점포"라며 "롯데백화점 32년 역사에서 여성 점장이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1988년 서천여상을 졸업한 직후 롯데백화점에 합류한 이 점장은 서울 소공동 본점 신사의류부와 식품팀,청량리점 식품가정팀장 등을 거치는 동안 성실성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올초 GF(글로벌 패션)사업부문에 디자인센터를 신설하면서 총괄 디렉터로 박기정 이사(47)를 영입했다. 롯데그룹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여성이 임원이 되기는 박 이사가 처음이었다. 화림모드 F&F 한섬 등을 거친 박 이사는 롯데백화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여성캐주얼 브랜드 '타스타스'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선 김희경 서울역점장(50)이 대표주자다. 김 점장이 맡고 있는 서울역점(매출액 2000억원)은 롯데마트의 국내외 203개 점포 중 월드점에 이은 '넘버2' 점포다. 지난 4월 롯데마트 여성 직원 가운데 처음으로 '부장' 직급을 달았다.

한때 '금녀(禁女)의 기업'으로 불리던 롯데의 변화를 이끈 사람은 바로 신동빈 롯데 회장이다. 신 회장은 작년 12월에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유통사와 식품사에서 여성 임원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날을 기대한다"며 우수한 여성 인력을 중용할 뜻을 내비쳤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