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ㆍ아스콘ㆍ재생타이어…대기업 '확장' 억제
동반성장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1차 선정 품목 규모는 당초 동반위 측이 밝혔던 30여개의 절반 수준인 16개로 축소됐다. 논란이 됐던 두부,데스크톱PC,내비게이션 등 쟁점 품목은 대 · 중소기업 간 의견 차이로 일단 이번 발표에서 제외됐다. 사실상 사업권을 포기해야 하는 대기업과 공생 발전을 내세우는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합의 도출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예정된 추가 적합업종 선정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동반위의 적합업종 선정은 법적 강제력을 갖고 있지 않아 향후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도 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대기업 사업철수 잇따를 듯

이번 적합업종으로 관련 대기업들의 사업철수와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CJ제일제당,대상,청정원 등 고추장 대기업들은 향후 3년간 저가제품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 동반위가 고추장을 사업확장 자제 품목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확장자제 품목은 현 수준의 생산시설만 유지하고 추가적인 사업 확장이 억제된다. 동반위는 고추장 업체에 단계적인 사업 축소를 권고,정부 조달시장 진입을 자제하고 저가 제품을 팔 수 없도록 했다. 저가 제품 범위는 이달 안에 결정된다. 막걸리 역시 내수시장 진입을 금지하고 수출용 제품만 생산하도록 권고했다.

순대는 자가 소비 등 급식에 한해 생산을 허용하는 등 사실상 대기업들의 사업진출을 원천봉쇄키로 했다. 플라스틱 · 프레스 금형의 경우 대기업들의 국내 판매용 영업을 금지하고 재생타이어는 앞으로 중소기업에 위탁생산(OEM)하기로 했다. 골판지상자는 기존 대기업들이 인수 · 합병(M&A) 및 신설을 통해 시장을 확대할 수 없도록 했다.
인쇄ㆍ아스콘ㆍ재생타이어…대기업 '확장' 억제
◆이행 업체에 인센티브 부여해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은 다음달 1일부터 향후 3년간 대 · 중소기업 간 협의에 따라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장치가 없어 대기업이 협의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의한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제재보다 더 큰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합업종 선정이 사회적 합의에 의한 자율시행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기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사업철수 및 축소에 따른 손실분에 대해 대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기준도 모호

중기 적합업종 규제를 적용한 대기업 기준도 논란을 빚고 있다. 동반위는 공정거래법상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계열사를 대기업 기준으로 삼았지만,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자 중소기업법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 기업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시장 1,2위 대기업 중에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에 해당되지 않는 업체들이 많아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