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야권 유력후보인 박원순 변호사가 잠실보와 신곡보 등 한강 수중보 철거를 시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수중보를 건설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불쑥 수중보 철거를 끄집어내는 것은 정권 반대세력들의 소위 4대강 투쟁을 서울시장 선거에 연결해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선택의 결과를 알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마음대로 질러놓고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수중보가 건설되기 이전의 한강 모습을 벌써 잊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겨울철 갈수기에는 물이 흐르지 않아 개울 수준에 불과했고 여름에는 반복되는 가뭄과 홍수로 시민들의 삶이 어이없게도 주기적으로 파괴되는 일이 허다했다. 식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홍수의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이 불과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소위 '철거'라는 이슈만 해도 그렇다. 자연을 복구한다는 명분으로 포장돼 있지만 개발에 버금가는 사업이 철거다. 수중보를 없애면 20년 넘게 조성한 한강 둔치가 모래뻘로 돌아가고 한강변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거친 자연으로 복원될 뿐이다.

환경론자들은 그동안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88올림픽 도로,새만금,KTX 고속철 건설 등 개발 사업마다 생태계 보호라는 레퍼토리를 읊어왔다. 쏟아지는 폭우를 홍수 없이 막아낸 4대강 사업조차 사소한 미비점을 들어 전부 반대의 극렬한 반대논리를 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88올림픽 도로는 서울의 동서를 연결하는 기간 도로가 돼 있고 천성산에는 여전히 도롱뇽이 번성하고 있다. 한강 사업 이후 생물자원은 더욱 번성하고 있고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둔치에서의 야외 활동을 만끽하고 있다. 서울시민은 겨울철에조차 수량도 풍부하게 흘러가는 한강을 보며 심신을 달래고 있다.

소위 시인과 묵객을 가장한 인사들이 "길은 자고로 구불구불한 것이 운치 있고…"라며 흰소리로 반대해대던 것이 또한 경부고속도로였다. 지금 한강보를 철거하자는 논리라면 팔당댐도 헐어야 하고 소양댐도 헐어내야 한다. 그리고 남는 것이라면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고 서걱대는 마른 강변에서 굿이나 벌여야 하는, 문명 이전의 원시적 상태로 돌아가는 일밖에 더 있을 것인가. 실로 어린애 같은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