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뚝'…더블딥 공포 한국 덮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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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 4분기 BSI 94…2년6개월 만에 100 밑으로
입소스·한경 경제전망치 9%P 하락…최대 낙폭
입소스·한경 경제전망치 9%P 하락…최대 낙폭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실물경제로 번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2년6개월 만에 '비관' 쪽으로 기울었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수출경기가 급랭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기업들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내년 신규 사업계획 철회나 투자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경제 비관론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4분기 우울한 전망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전국 2000개 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2011년 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기준치(100) 이하인 94를 기록했다고 25일 발표했다. BSI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2분기(66)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경기 회복을 주도해온 대기업과 수출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 BSI는 3분기 126에서 94로 급락했다. 수출기업 BSI는 115에서 99로 떨어졌다. 중소기업과 내수기업 BSI도 각각 101에서 94로,100에서 93으로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구미공단의 주력 산업인 LCD경기 불황으로 대구 · 경북 지역이 BSI 88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도 전국 평균인 94에 못 미치는 93에 그쳤다. 자동차와 조선업체가 많은 부산 · 경남 지역은 101로 호조세를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수혜가 기대되는 강원권은 100을 기록했다.
4분기에 예상되는 대외 불안 요인(복수 응답)으로 기업들은 미국 더블딥 위기(63.8%),유럽 재정위기(35.4%),중국의 긴축정책(23.7%),중동 정세 불안(10.8%) 등을 꼽았다. 경영 애로 사항으로는 수요 감소(38.8%),자금 사정 악화(32.9%),원자재 수급 불안(31.0%),환율 불안(25.7%),노사 갈등 또는 인력난(17.2%) 등을 예상했다.
세계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68.0%가 '높다'고 답했고 더블딥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클 것'(70.3%)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후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기업들의 우려가 높다"며 "4분기에 내년 사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만큼 투자계획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경제 비관,자신감 위축
우리나라 국민이 현재 경제 상태와 경제 전망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자신감도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조사 · 분석한 '세계 경제 동향 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지난달 자국의 경제 상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 응답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전월 대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9%포인트나 떨어져 조사 대상 24개국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한국은 지난 8월 조사에서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9%포인트나 줄어들며 조사 대상 24개국 중 가장 크게 경제 자신감을 상실한 국가로 조사됐었다.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글로벌 평균(38%)에 크게 못 미쳤다. 조사 대상국 중 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비율이 17위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경제 상황과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나라로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 헝가리(4%) 스페인(6%) 아일랜드(7%) 이탈리아(8%) 프랑스(12%) 등 유럽 국가가 대부분이었다. 장기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6%)과 지난달 초 신용등급 강등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빠지기도 했던 미국(14%) 등도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 BSI
'기업경기전망지수(business survey index)'.경기 동향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과 예측을 수치화한 것으로 대표적인 체감경기 지표로 쓰인다. 지수가 기준치 100을 초과하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고,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윤정현/김동욱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