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청년세대 살펴야 '토크 쇼' 득세 막는다
노래방은 회식 뒤풀이 자리로 제격이다. 노래 몇 순배 돌고나면 상급자 주도의 합창으로 이어진다. 중년의 상급자가 '비목'과 '선구자'를 고르면 20대 젊은 직원들은 뻘쭘하다. 청년세대는 가사는커녕 멜로디조차 모르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청년세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김빠지는 리드다.

청년 살피기에 무심했던 정치권이 안철수 태풍을 만났다. 대권 주자마다 쌓아올린 지지도가 한 방에 날아갔다. 청년세대 주도 인터넷 여론이 막강한 위세를 드러낸 것이다. 기성 정치권에 자녀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젊은 부모들도 가세하고 있다. 안철수 쇼크의 뿌리는 결국 청년문제다.

청년세대는 국정홍보에서도 소외됐다. '동반성장''상생협력''공생발전'으로 이어지는 국정 구호를 봐도 그렇다. 한자와 멀어진 청년세대로서는 뜻도 어렵고 감동도 없고 낯설다. 구호는 자연스러운 공감과 혀끝에 다가오는 친밀감이 생명이다. 무상급식 투표에 등장했던 '나쁜 투표''셀프 탄핵'이 좋은 비교다.

일자리를 못 잡아 좌절하는 청년 앞에서 극히 이례적인 성공 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 연설도 소외감을 부추긴다.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20개국(G20) 세대 대표주자' 칭호를 얻은 '티켓몬스터' 대표는 뜬 김에 주식을 처분해 대박을 챙겼다. 대통령의 녹색성장 비전에 따라 산업은행이 '글로벌 스타' 1호로 선정해 지원한 '네오세미테크'도 거액의 분식회계와 횡령으로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공기업 및 은행에서 신입직원에 국한해 15% 넘게 급여를 삭감한 것이야말로 청년 경시의 극치다. 인턴 및 비정규직을 거쳐 겨우 얻은 정규직에서 또다시 급여차별의 펀치를 맞았다. 선거시즌이 다가오자 단계적 인상을 통해 회복시키겠다는 빈약한 무마책이 등장했다. 청년 급여는 대폭 삭감됐으나 임기 말이면 어김없이 폭로되는 선거캠프 출신 대통령 측근 뇌물 단위는 G20 최고 수준이다.

정규직 노조가 똘똘 뭉쳐 고임금을 챙기는 바람에 사내하청과 비정규직 같은 변칙 고용이 늘고 있다. 동일한 노동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차별을 통탄하는 '분노의 포도'가 익어가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같이 잘나가는 현장의 고임금 정규직과 저임금 하청 · 비정규직의 차이는 학력도 능력도 아닌 평균 연령이다.

기존 정규직 과잉보호에 따른 반사적 손실을 청년세대가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다. 정규직 정리해고는 단 한명이라도 막겠다는 소위 '희망버스'에 '비정규직 철폐'라는 진의가 의심스러운 반대 방향 간판을 슬쩍 끼워 넣는 뻔뻔함도 놀랍다.

경제개발 초기에는 주택가격도 비교적 쌌고 첫 직장도 일찍 잡을 수 있어 월급을 모아 주택 구입이 가능했으나 요즘은 꿈 같은 얘기다. 재정적자는 늘어가고 청년세대 부담인 정부 및 공기업 부채는 산더미처럼 쌓인다. 대학 등록금도 매년 올라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양대 정당이 번갈아 정권을 잡았으니 책임 다툼은 같이 누워 함께 침 뱉기다.

정치권에 대한 청년의 분노를 파고들면서 '토크 쇼' 전문가가 득세하고 있다. 사회 부조리를 꼬집으며 은근히 자신의 스토리를 감동거리로 각색한다.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현실적 제약은 모두 패스하고 희망사항에 가까운 솔루션만 부각시켜 인기를 모은다.

여야 정치권이 정신 차려 철저한 반성에 기초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작업복 차림으로 시장을 돌며 생선을 쳐들고 포즈를 취하기보다는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청년들을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많다는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아 자기 자녀라면 그런 환경에서 일하겠는지를 따져 작업환경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치권이 청년세대 살피기에 진심으로 나서야 '토크 쇼' 세력이 민심을 뒤흔드는 정치파국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