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놀이터, 호수 그리고 화장실도 도자기로 꾸민 테마파크가 공개됐다. '이천 세라피아'가 2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고 '불의 여행(Journey From Fire)'을 주제로 한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도 24일부터 60일간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 '불의 여행'은 도자예술의 경계를 넘어 타 장르와 통섭하고 생활세계로 파고드는 새로운 환경으로의 '여행'을 뜻한다. 장소별로 특색있게 마련된 각종 프로그램을 미리 알고 가면 가을 축제를 2배로 즐길 수 있다.

강우현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은 이날 "축제를 해마다 변모시켜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예술 장르는 물론 국가나 이념의 벽을 허물어 자유롭게 상상하고 만드는 '상상 세계'를 도자를 통해 구현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세계비엔날레국제실행위원회와 한국도자재단이 주관하는 행사다. 2001년 첫 개최 이후 격년으로 열려 이번이 여섯번째다. 세계 2대 도자 비엔날레로는 이탈리아 파엔자와 일본의 미노가 꼽힌다. 이들은 40여년 이상의 전통을 가졌지만 경기 도자비엔날레는 10년만에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성장했다.

김문수 경지지사는 "71개국 1875명의 도예가가 3362점의 훌륭한 작품을 선보여줘 감사합니다"며 "저는 도자도 모르고 예술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은 예술과 예술가를 위한 것입니다. 향후 이곳이 국내외 도예인과 지역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고 관광객이 365일 찾는 복합문화 테마 관광지로 조성되길 희망합니다"고 했다.

이날 개장한 세라피아는 호수부터 전시관, 화장실, 놀이터까지 모든 시설물이 도자기로 만들어졌다. 전국의 도예인으로부터 12억원을 들여 사들인 재고 도자 48만점과 도자 파편 90t을 활용해 지역작가들과 도자재단 직원들이 손수 완성한 도자 테마파크다. 세라피아는 세라믹(Ceramic)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도자 천국'을 의미한다.

도자재단 관계자는 "비엔날레는 2001년 당시 800억원 투자 대비 3조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외부 평가를 받았다"며 "도자 수출이 증대되고 국내외 관광객도 느는 등 이천시와 경기도, 우리나라 전체에도 긍정적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도자재단은 올해 27억원을 투자, 도예에만 5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전체적으로는 1000억~3000억원 가량의 유무형 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르쥬 니콜 '아뜰리에 다르 드 프랑스(AAF)' 대표는 이날 "한국과 프랑스는 9000km 이상 떨어져 있지만, 그동안 도자 노하우를 교류하는 등 협력해왔다. 프랑스 도자는 특히 한국 도자의 지속적인 영향을 받았다"며 "향후 이 비엔날레가 세계적인 인지도를 더욱 갖추는 데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AAF는 1868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전문 공예인의 모임이다.

개장식에는 불의 여행을 주제로 한 홍성대 숭실대 첨단미디어학부 교수의 미디어 아트작품이 상영됐고 참가자들은 하늘에 풍등을 날리며 세라피아 성공을 기원했다. 이 지역에 사는 최수인 (20)씨는 "쌀과 도자기가 유명한 이천시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세계적인 행사가 열려 기분이 좋다"라며 "축제가 더욱 활성화돼 국내외에서 더 많은 분들이 지역을 방문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또 국제공모전 대상작인 '천공의 생각(Heavenly Thoughtㆍ테츠야 야마다 作) 등 19개국 25명의 작품 시상식도 진행됐다. 대상 수상자에는 5000만원의 상금 등이 수여됐다. 중국인 도예가 리유 완 (LiYu Wanㆍ48)씨는 "공항에서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도자재단 측에서 보여준 친절한 의전 등에 놀랐고 고마웠다"며 "공모전이 계속 발전하면서 세계 도예인의 참여가 확대돼 세계적인 규모로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에서 온 모던 아티스트 료타 야기 (Lyota Yagiㆍ31)씨는 "도자기 축제 덕분에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며 "도예와 조각 음악 등이 결합하는 등 더 역동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각 예술이 융합되는 것을 돕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천 세라피아는 국제공모전 수상작을 전시한 '세라믹스 창조센터'를 비롯해 세라믹스 창조공방, 산정호수 구미호(九尾湖), 특별전시관 파빌리온, 야외전시장 야생의 뜰로 구성됐다. 센터 앞에 있는 호수 '구미호'는 도자기로 만든 호수로 팔각정과 도자기섬 등을 징검다리로 건너면서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에서 온 로맹 줄라(Romain Juilhaㆍ28)씨는 "이처럼 큰 규모의 도자 비엔날레는 프랑스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 세계 예술가들이 비엔날레 이전에 합작품을 제작하는 등 도자 축제가 더 많은 국가와 교류를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는 전통가마로 도자기를 굽는 '장작가마 캠프 체험', 유리공예와 도예를 함께 배우는 '세라믹 창조체험', 창조학교 명사 특강 '상상 릴레이'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관람객들에게 유리공예 작업환경 등을 선보이게 되는 글래스 아티스트 김경화 (30)씨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그러나 도자와 다양한 장르의 융합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 열린 것"이라고 했다. 도예가 이은주 (34)씨는 "작업할 공간이 생겨서 좋다"면서 "작업 환경을 관람객들과 공유할 수 있어 기쁘며 전시 기회와 홍보 효과도 기대된다"며 웃었다.

이천도자기축제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 개장된다.공식홈페이지(www.ceramic.or.kr) 또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다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오는 11월 22일까지 광주 곤지암도자공원, 여주 도자세상에서도 열린다. 광주 곤지암도자공원의 경기도자박물관에서는 '상감도자 특별전', '팔만대장경 목판 찍기', '한중도자예술교류전'이 마련됐고 스페인 조각공원, 도자쇼핑몰, 한국정원, 도깨비나라 등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최대 도자 쇼핑단지인 여주 도자세상에서는 '세라믹스 라이프전', '테이블 스토리전', '세라믹 패션쇼'를 만날 수 있다.

비엔날레 입장권은 여성용 브로치와 남성용 타이슬링, 학생용 흙피리 모양의 도자기로 제작했다. 어른 통합권 8000원이다. 서울 탑골공원~잠실역~광주곤지암 도자공원~이천세라피아~여주도자세상과 탑골공원~잠실역~여주도자세상의 투어버스와 3개 행사장을 순환하는 버스도 운행된다. 투어버스 요금은 5000원, 순환버스는 2000원.

이천=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