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당수 투자자들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비해 많은 위험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상품이 뜬다고 하니까 조금씩 손을 대다가 벌어진 일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손절매를 해서라도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야 할 때입니다. "

오웅섭 국민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은 시장이 불안할 때는 위험자산을 털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차분하게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팀장은 "올 상반기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위험자산을 30% 미만으로 갖고 있어야 마음이 편한 투자자들이 50% 이상 갖게 된 경우가 많다"며 "실제 투자 손실이 많지 않은데도 밤잠을 못 잘 지경이라면 깨끗하게 포기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리스크 관리가 핵심


오 팀장은 리스크 관리를 투자의 철칙으로 삼고 있는 PB다. 그는 PB업계에 뛰어든 지 5년 만에 관리하는 고객 자금을 25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렸다. 그는 그 원동력을 리스크 관리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이달에도 고객 돈 50억원을 추가로 맡았다. 일선 PB들의 고객 관리 자금이 수십억씩 빠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 팀장은 국민은행이 주는 상 가운데 가장 영예로운 '국은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머리로는 돈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서라도 자신에게 걸맞은 포트폴리오를 꾸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고객으로부터 리스크 관리로 손해를 크게 줄였다며 감사 인사를 받았다. 저축은행 때문이었다. 5000만원 이상 예금한 금액이 4억원 이상이었던 고객에게 당장 돈을 빼도록 설득한 것이다. "저축은행 약정이자가 연 5%인데 중도해지하면 연 2%밖에 못 받지만 그래도 해지를 권유했습니다. 3%포인트 정도는 다른 투자를 통해 충분히 만회할 수 있으니 무조건 빼라고 조언했지요. " 오 팀장의 조언을 받은 고객이 돈을 뺀 이후 해당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했다.

◆야금야금 수익내는 '10등분 투자법'


현재 장세에서 오 팀장이 실행하고 있는 투자 방식은 '10등분 투자'다. 10등분 투자란 코피스지수가 1700 이하로 떨어질 때마다 전체 투자 가능 금액의 10%씩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처럼 환매 수수료가 없는 상품을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억원을 투자하려고 한다면 코피스지수가 1750 밑으로 빠졌을 때 3000만원을 투자한다. 등락을 거듭하는 주가가 또 1750보다 떨어지면 다시 3000만원을 투자한다. 이런 식의 투자를 계속하다 어느 순간 주가 상승으로 투자 수익률이 6%를 넘으면 모두 환매해서 현금화한다.

오 팀장은 "10등분 투자는 이른바 '몰빵' 투자를 할 때보다 투자 금액이 작아지지만 박스권 장세에서 불안감을 줄이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600 이하로 빠질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1700 정도면 매수에 나설 만하다"며 "지금으로서는 10등분 투자가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덱스펀드와 ETF는 언제든 환매가 가능해 요즘처럼 기민한 대응이 필요할 때 유용한 상품이다.

'치고 빠지기'식 투자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빠르면 6개월 안에 돈을 찾을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주목할 만하다. 오 팀장이 추천한 것은 원금 비보장형 스텝다운 ELS.스텝다운 ELS는 3년 정도의 만기까지 코스피200지수 등 기초자산이 폭락하지 않으면 연평균 10% 이상 이율을 기대할 수 있다.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게 단점이지만 최근 주식시장을 감안할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오 팀장의 판단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정기예금의 2배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 원금도 지킬 수 있는 원금 보장형 ELS를 사도 괜찮다.

오 팀장은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다른 회사 PB와 계약한 고객이 결국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가끔 있는데 이유는 리스크 관리 하나뿐이었다"며 "돈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