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국내 불교미술계의 거장 고(故) 월주 스님의 양아들이 양아버지의 그림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서울 성북경찰서는 월주 스님의 유작 9점을 훔친 혐의(절도)로 원모씨(3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원씨는 지난 4월 성북구 돈암동 신흥사에 침입해 자신의 양아버지인 월주 스님의 그림과 병풍 등 유작 9점을 훔쳐 한 점에 10~20만원을 받고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월주 스님은 금용 김일섭, 만봉 이치호 스님과 더불어 ‘국내 불교미술의 3대 산맥’ 중 한 명으로 꼽힌다.월주 스님의 작품은 보통 한 점에 500~10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경찰조사 결과 원씨는 태어나자마자 신흥사 대문 앞에 버려졌다.월주 스님은 원씨를 거둬 친자식처럼 길렀지만 자신이 고아라는 것을 알고 고민하던 원씨는 결국 중학교 때 가출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원씨는 20여년 만인 지난 4월 신흥사를 방문해 경제적인 지원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하자 그림을 훔치기로 마음 먹었다.원씨는 같은 달 중순 신흥사에 몰래 침입해 양아버지의 유작을 빼돌렸다.

신흥사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뒤 원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경찰은 지난 21일 충남 공주시에서 원씨를 붙잡았다.원씨는 경찰조사를 받으면서 “그림을 훔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으며 지금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