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 "허리통증 없이 대회 나온 건 올해가 처음"
박세리 김미현과 함께 '골프 1세대' 주역인 박지은(32 · 사진)이 21일 오전 제33회 메트라이프 · 한국경제KLPGA챔피언십 프로암에 참가하기 위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트룬CC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 상기된 표정의 박지은은 "오랜만에 국내 대회 출전이라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는데 설렘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은은 한동안 '부상 병동'이었다. 2000년 프로 데뷔 이후 매년 기권하지 않은 대회가 없을 정도로 부상과 싸워야 했다. 그는 중학교 체육시간에 스트레칭하다 허리를 삐끗한 이후 20년간 부상에 시달렸다. 고교 때는 아파서 3~4개월간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다. 근육이완제 주사만 200번 넘게 맞았다.

박지은은 박세리보다 더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평가받았다. 2004년 상금랭킹 2위에 오르고 최소타수상(베어트로피)을 받았다. 당시 '지존'이었던 아니카 소렌스탐이 유일하게 두려운 대상으로 꼽았던 선수가 박지은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소렌스탐보다 부상이 더 위협적이었다. 2005년 첫 대회(SBS오픈) 도중 허리 부상이 재발했다. 나비스코챔피언십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허리에 복대를 차고 출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대회를 치르고 나면 허리가 아파도 바로 회복됐는데 나이가 드니까 회복이 계속 더뎌지더라"고 회상했다.

설상가상으로 2007년 여름 US여자오픈 당시 엉덩이 쪽이 너무 아파 걸음을 걷지 못했다. 검사해보니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다. 2009년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8월에도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레이저 시술로 큰 어려움 없이 끝났으나 신경을 건드리는 수술이라 선수 생명을 건 모험이었다. 그는 "수술이나 해보고 은퇴하자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올해는 박지은이 부상 없이 임한 첫 시즌이었다. "허리가 아직 뻐근하지만 과거처럼 찌릿찌릿한 통증은 없어요. 그동안 아파서 연습하지 않고 대회에 출전해왔는데 연습해보고 나가는 대회는 선수생활 10년 만에 올해가 처음이에요. "

올 시즌 초반 그의 스코어는 들쭉날쭉했다. 60타대 스코어를 쳤다가 다음날 10타를 더 치곤 했다.

"드라이버,아이언,퍼팅 등 안 되는 샷은 하나도 없는데 다 합쳐놓으면 성적이 별로였어요.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소심해지기도 했죠.상반기가 지나면서 스코어가 차츰 안정됐습니다. 오버파가 사라졌고 지난주 나비스타클래식 최종일에는 4언더파 68타를 쳤어요. "

그는 "목표를 어디까지 잡을지 신중하게 정리하고 있다"며 "선수생활에 대한 미련이 많지만 체력적인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은퇴를 생각하기보다는 재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고려대에서 체육전공 석사코스를 밟고 있다. 지난달 졸업시험을 마치고 논문만 남겨놓은 상태다. 결혼을 염두에 두고 만나는 남자친구도 있다. 11년 전부터 친구 소개로 만난 리라초등학교 선배다.

박지은은 현재 소속사가 없는 '무적' 상태다. 그는 "메트라이프 · 한경 KLPGA챔피언십의 초청을 받아 너무 감사하다.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나온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새로운 스폰서도 만나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평창=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박지은 "허리통증 없이 대회 나온 건 올해가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