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력대란은 관리 능력의 실패 등 미시적인 문제도 물론 간과할 수는 없다. 국민들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있도록 하는 경고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인은 이 교수의 지적대로 전력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수급 원리가 전혀 작동되지 않았던 점이다. 실제로 명목 전기요금은 30년 전에 비해서도 2배밖에 되지 않는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30년 전보다 훨씬 싸진 것이 전기요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피난처(electricity haven)로 한국을 주목하고 전기가 많이 들어가는 IT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세우려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정도다. 당연히 1인당 전력 소비는 30년 전에 비해 10배나 늘어났다.
설비 투자는 수요를 따르지 못했다. 발전 자회사들이 한전의 적자 부담을 나누어 지면서 새로운 설비 투자를 감행할 여력은 바닥났다. 그나마 원자력 발전이 무너진 가격 체계를 메우는 데 한몫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들은 막무가내식으로 원전건설을 방해하고 있다. 결국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 여력이 줄어들면서 사단은 일어나고 말았다. 공짜는 없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부 개입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이번 전력대란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