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 씨(32)는 지난달 휴대폰 이용료 명세서를 받고 웃음을 지었다. 스마트폰 55요금제(기본요금 5만5000원,무료통화 300분 · 무료문자 300건 · 데이터 무제한 이용 가능)를 사용하고 있는 그는 평소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통화를 했지만,기본요금 외에 사용료를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하루에만도 많게는 3시간 이상 통화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추가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비결은 인터넷 무료 전화(mVoIP)에 있었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기존 음성 통화 중심에서 벗어나 인터넷 무료 전화,모바일 문자 메신저,온라인 영상 통화 등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업체들 간 선점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의 혈전

올 들어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메시지 서비스 분야다. 글로벌 '빅 플레이어'들이 앞다퉈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의 '아이메시지',구글의 '구글플러스 허들',페이스북의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 이어 MS는 지난 5월 인수한 스카이프를 통해 미국판 '카카오톡'이라 불리는 '그룹미'를 사들였다. 삼성전자도 최근 그룹 메시징 서비스가 가능한 '챗온'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음성 통화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인터넷 무료 전화 부문에서도 국내외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국제 통화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스카이프를 포함,바이버 님버즈 프링 구글보이스 등 해외업체들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톡',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 등 국내기업들이 경쟁 중이다.

◆음성 통화량 감소로 이통사의 지배력 하락

커뮤니케이션 시장의 판도가 바뀌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 3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작년 2분기 3만8466원에서 올 2분기 3만6838원으로 하락했다. 음성 통화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데이터 이용량(와이파이 제외)은 3사 평균 지난해 7월 297테라바이트(TB)에서 올 7월 4046TB로 13배 이상 급증했다.

박승권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주도했던 이통사의 기본 사업 모델은 음성 통화와 문자메시지(SMS)인데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제 이통사도 인프라 사업뿐만 아니라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지적대로 이통 3사의 콘텐츠 사업은 여전히 부진하다. SK텔레콤은 위치기반 SNS '골드인시티',KT는 모바일 메신저 올레톡,LG유플러스는 쇼핑 SNS '딩동' 등을 출시했지만 올레톡만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을 뿐 카카오톡(가입자 2200만명)처럼 적극적인 이용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통 3사의 위기는 증시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009년 시가총액 11위를 차지했던 SK텔레콤은 현재 20위까지 떨어졌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동안 각각 18위에서 27위,77위에서 89위로 밀려났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