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구본준의 길었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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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에 밀려난 노키아…항공모함과 돛단배
'30,10,1.' 글로벌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지표다. 30%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구글,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고 10%는 삼성전자,1%는 LG전자다. 미국 기업 가운데 애플과 구글은 이익률이 오르는 추세고,인텔은 하락세다. 글로벌 IT산업 판세를 고려할 때 적어도 향후 몇년간 이런 흐름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스마트 열풍을 선도하는 애플의 파워는 영업이익률 상승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28.2%에서 올 1분기 31.9%,2분기 32.9%로 불과 반년 사이 4.7%포인트나 높아졌다. 점점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분기 인텔을 추월했고,MS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10%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제조기업으로선 수준급이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디스플레이 가격 급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갤럭시 시리즈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익률을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강한 소프트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굳히고 있는 미국 기업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달러로 환산한 삼성전자 2분기 매출은 369억달러로 애플(286억달러)을 크게 앞질렀지만,영업이익은 35억달러로 애플(94억달러)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매출(174억달러)이 삼성의 절반도 안되지만 영업이익(62억달러)은 두 배 가까이 많다.
LG전자의 이익률은 미국 IT 기업들과의 맞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1%에 불과한 이익률은 스마트 열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 회사가 당면한 시련과 고난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2009년 4.8%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달아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0.3%까지 곤두박질쳤다. 올 들어 조금 나아진 게 1% 수준일 정도로 좀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 부회장이 "독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며 지난 1년간 전력투구해왔는 데도 대체적인 시장 반응은 '아직…'이다. 강도 높은 해외인력 조정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휴대폰사업 매각설까지 떠도는 마당이다. 회사에선 "터무니없다"고 반박하지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항공모함의 방향을 돛단배처럼 바꾸기는 어렵다"는 구 부회장의 토로에도 "단지 시간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시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배경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이합집산 흐름에서 소외되는 듯한 분위기 탓이다. 스마트 기기용 운영체제(OS)와 관련,삼성전자가 기존의 구글 외에 MS와 새로 손을 잡았고 인텔은 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을 위해 구글과의 협력을 선언했다. 스마트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과 구글,MS,인텔 등이 경쟁적으로 파트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위기의 LG는 아직 별다른 동맹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이후 줄곧 휴대폰 1위 자리를 지키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지난 2분기엔 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핀란드 본사 인력 1400명을 포함해 덴마크,영국 등에서 7000명을 감원한다. 전체 직원의 5% 수준이다.
남의 일로 치부하기엔 경쟁 상황이 너무나 치열하고 급박해 보인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벼랑일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빠른 회생을 기대한다.
김수언 산업부 차장 sookim@hankyung.com
스마트 열풍을 선도하는 애플의 파워는 영업이익률 상승세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28.2%에서 올 1분기 31.9%,2분기 32.9%로 불과 반년 사이 4.7%포인트나 높아졌다. 점점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분기 인텔을 추월했고,MS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 문제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10% 영업이익률은 글로벌 제조기업으로선 수준급이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디스플레이 가격 급락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갤럭시 시리즈의 선전을 바탕으로 이익률을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강한 소프트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점적 지위를 굳히고 있는 미국 기업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달러로 환산한 삼성전자 2분기 매출은 369억달러로 애플(286억달러)을 크게 앞질렀지만,영업이익은 35억달러로 애플(94억달러)의 37%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매출(174억달러)이 삼성의 절반도 안되지만 영업이익(62억달러)은 두 배 가까이 많다.
LG전자의 이익률은 미국 IT 기업들과의 맞비교가 무의미할 정도다. 1%에 불과한 이익률은 스마트 열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 회사가 당면한 시련과 고난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2009년 4.8%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연달아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0.3%까지 곤두박질쳤다. 올 들어 조금 나아진 게 1% 수준일 정도로 좀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 부회장이 "독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며 지난 1년간 전력투구해왔는 데도 대체적인 시장 반응은 '아직…'이다. 강도 높은 해외인력 조정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휴대폰사업 매각설까지 떠도는 마당이다. 회사에선 "터무니없다"고 반박하지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항공모함의 방향을 돛단배처럼 바꾸기는 어렵다"는 구 부회장의 토로에도 "단지 시간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시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직접적인 배경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이합집산 흐름에서 소외되는 듯한 분위기 탓이다. 스마트 기기용 운영체제(OS)와 관련,삼성전자가 기존의 구글 외에 MS와 새로 손을 잡았고 인텔은 스마트폰용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을 위해 구글과의 협력을 선언했다. 스마트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과 구글,MS,인텔 등이 경쟁적으로 파트너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위기의 LG는 아직 별다른 동맹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이후 줄곧 휴대폰 1위 자리를 지키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지난 2분기엔 3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핀란드 본사 인력 1400명을 포함해 덴마크,영국 등에서 7000명을 감원한다. 전체 직원의 5% 수준이다.
남의 일로 치부하기엔 경쟁 상황이 너무나 치열하고 급박해 보인다. 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벼랑일 수밖에 없다. LG전자의 빠른 회생을 기대한다.
김수언 산업부 차장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