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엔고(高)를 피해 해외로 생산설비를 잇따라 옮기고 있다. 원가절감과 기술개발만으로는 외국 경쟁사를 이기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일본 엘피다는 히로시마 공장의 설비 40%를 1년 이내에 대만으로 이전한다. 일본 유일의 반도체업체인 엘피다는 한때 삼성전자 하이닉스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했지만 최근 PC용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다 엔고까지 겹치면서 고전 중이다. 이 회사는 엔화 가치가 1엔 오르면 연간 40억엔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해외 부품 조달 비중을 2009년 기준 43%에서 내년에 60%로 높여 엔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5000억엔의 비용절감을 노린다. 새로운 해외 조달처는 아시아에 집중된다. 중국 비중을 30%로 높이는 등 아시아 전체 조달 비중을 현재 33%에서 5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닛산도 소형차의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내 중소기업 피해와 산업공동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파나소닉은 해외 부품 조달 비중을 높이면서 현재 1만7000개에 달하는 부품 공급업체를 1만개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는 "파나소닉의 구조조정 대상은 대부분 일본 부품 기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고로 대기업의 해외 이탈이 지속되면 중소기업도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길 가능성이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