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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改名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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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치는 환상으로 현실 세계 옆에 완벽한 또 하나의 우주를 세울 수 있는 천재.'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묘사한 19세기 프랑스 문호 발자크다. 츠바이크는 그러나 이런 발자크도 자신의 실체에 관해 얘기할 때 객관적 진실을 지킨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름이라고 봤다. 그의 본명은 '오노레 드 발자크'가 아니라 그냥'오노레 발자크'고,귀족 출신임을 나타내는'드'는 서른살 때 직접 붙였다는 얘기다. 그의 조상은 대대로 농민이었고 상당한 재산을 모았던 아버지 또한 농군의 아들이었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모든 편지와 책에'드 발자크'라고 서명하고,마차에 당트라그라는 가문의 문장(紋章)을 그려넣는 등 귀족 태생으로 행세했지만 고향인 투르의 출생신고서를 비롯 그 어디에도'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도'드 발자크'로 불리는 건'그의 문학적 업적이 역사를 이겼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름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고 믿는 이들이 들으면'드'를 붙여서 위대한 작가가 됐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도 여전히 사주팔자와 풍수지리,관상이나 성명학에 기대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맹신까진 아니지만 안좋다고 하면 왠지 찜찜하다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기왕이면 듣기 좋은 이름을 가지려는 걸까. 타고난 사주는 어쩌지 못하지만 이름이라도 바꿔보자는 걸까. 개명(改名) 신청자가 급증한다는 소식이다. 2000년 3만3210건에서 2009년 17만4902건으로 5배 이상 증가했고,올 상반기에만 8만164건(94.6% 허가)이 접수됐다는 것이다.

    사유는 촌스럽다,성명학적으로 나쁘다,한글 이름을 한자 이름으로,흉악범과 같아 싫다 등 여러 가지.개명 신청이 늘어난 건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요건을 대폭 완화하면서부터.올 상반기 개명이 이뤄진 남자 이름 중 많은 건 민준 · 지우 · 주원 · 민서 · 지민,여자는 서연 · 민서 · 서윤 · 지우 · 지민 등이다.

    철수와 영희 식으로 남녀를 구분짓던 시절은 사라진 셈이다. 하는 일마다 안돼 이름을 바꿨더니 괜찮아졌다는 이들도 있다. 이름을 바꾸면 주위에 자신의 존재를 다시 알리고 사유를 설명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일도 적지 않을 것이다. 꼭 필요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잘 생각하고 실행할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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