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추석 뒤 아들 순금 돌반지 팔까요 말까요?"
"아버님, 금값이 엄청 뛰었던데 지금이라도 금을 사둘까요?"
"무슨 소리여. 금값이 너무 올라서 지금 사면 손해여. 장농에 있는 금붙이나 모아서 지금 팔아."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간 직장인 류성미 씨(28)는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역시나 투자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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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값은 지난달 24일 온스당 1757.30달러를 기록했지만 약 2주 만(거래일 기준)인 10일 1859.50달러, 5.8% 가량 치솟았다. 지난 6일에는 온스당 1900달러대를 돌파하는 등 금값은 올해들어 30% 폭등했다.

금값 상승세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금 가격은 추석 이후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과 유럽의 긴축재정 등으로 조만간 경제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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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령 우리선물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미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금값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며 "경기부양책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증시가 상승국면에 돌입하면 금값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값은 지난 8일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며 하루 만에 55.7달러 폭락했다. 독일의 유로존 구제금융 지원이 합헌으로 결정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긴축 재정안을 제시한 데 따른 것.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컨트리 헤징사의 스테링 스미스 애널리스트는 "독일 헌법재판소가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해 합헌 판결을 내려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금 매도에 나섰다"며 "이번 일로 금값 하락폭이 꽤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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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금값 하락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반 원자재의 경우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면 같이 가격이 오르지만 안전자산의 경우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폭락하며 금값도 하락, 투자자들이 금을 팔아 주식 투자 손실분을 메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 애널리스트는 "금은 안전자산으로 취급돼 실제 가치 이상으로 값이 올랐다"며 "최근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위치가 흔들려 가격 버블이 꺼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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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은행 UBS와 도이체방크 원자재 전문가는 이와 반대로 금값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2012년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2075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인 1380달러보다 50% 이상 상향된 수준이다.

수잔나 최 도이체방크 아시아원자재 담당 리서치헤드는 국내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비교하면 금값이 온스당 29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