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9일 `안철수 돌풍'을 안고 한가위 연휴를 맞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10ㆍ26 서울시장 보선 불출마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신드롬'의 향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있는만큼 여야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안철수 신드롬' 대책 부심 = 한나라당은 추석 연휴기간 안 원장이 화제의 인물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외부의 일부 요인에 의해 최근 정치권이 좀 어수선하다"며 "한나라당이 스스로 개혁하고 변화하면 될 것이지 마치 한나라당 탓으로만 돌리고 자해하는 것은 우리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과 의원, 당원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것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안 원장이 가만히 있더라도 `제2의 안철수'가 나타나게 돼 있다"며 "당이 자성하고 개혁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안 원장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ㆍ경남(PK) 민심을 파고들고 대권 예비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도 나온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십수년간 정치권에서 검증을 거치면서 형성된 것"이라며 "안 원장 지지율과는 다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민주당은 `안철수 신드롬'으로 야권 전체의 기반이 확장되는 긍정적인 효과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당의 입지가 위축되는데 대해서는 우려하는 기색이다.

특히 `안풍'에 힘입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야권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자칫 지난해 6ㆍ2 경기지사 선거에 이어 10ㆍ26 서울시장 선거에도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중진의원들이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 설득에 나서는 것은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안철수 신드롬은 여당은 물론 야당도 민심을 보듬지 못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안 원장 측이 `제3세력화'에 나서면 야권 내 입지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與 PK 의원들 "민심 심상찮다" = 한나라당은 텃밭인 PK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남권신공항 무산과 저축은행 부실, 한진중공업 사태 등이 겹치면서 PK 민심에 이상징후가 확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롯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박원수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범야권 유력 인사들의 지역 연고가 PK라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PK 민심의 가늠자는 내달 26일 치러지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부의장으로 이 지역에서 4선을 한 정의화 의원은 "패한다면 정계 은퇴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 공무원 출신인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민주당 이해성 후보간 대결은 우열을 점치기 힘들다는 평가다.

더욱이 최근의 일부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PK 지역에서 안철수 원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박 전 대표가 원심력을 억제해 왔으나 PK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들이 출연하면서 영남벨트에서 PK의 이탈이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K 의원들도 위기감 속에 지역 민심을 달래는데 총력을 펴고 있다.

정기국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본회의 직후 PK로 내려왔다가 다시 밤 비행기 편으로 귀경한 의원이 9명이나 됐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PK 물갈이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부산지역 의원은 "가뜩이나 지역 민심이 좋지 않은데다 `안철수 신드롬'까지 불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모색하는 기류가 공천에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김남권 강영두 기자 quintet@yna.co.kr ; sou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