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당당한 그녀들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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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전투기 조종사가 미사일을 달고 창공을 누비는 세상이다. 출격에서 돌아와 막 헬멧을 벗은 그녀들의 헝클어진 생머리와 결연한 표정의 화장기 없는 얼굴은 역설적이게도 매혹적으로 아름답다. 법조계나 교육계에서의 여성 우위는 이제 더 이상 화젯거리도 되기 힘들다. 통계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여성 공무원은 30만명 정도로 전체의 47%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상위직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급전직하해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에 가면 4%가 채 안된다고 한다. 남녀가 비교적 동등하게 대우받는다는 공무원사회가 이럴진대,민간기업은 여성 고위직들에게 더욱 열악한 환경이다.
오래 전부터 직업상 해외 여러 나라에 출장을 다녔다. 경제력에서 한국보다 못한 동남아 국가의 기업인 또는 고위공무원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도 많았다. 당시 갔던 사무실들은 많은 경우 주인이 풍채(?) 좋은 인텔리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을 보좌해 청소하고 차심부름하는 많은 남성 급사들도 봤다. 한국에서는 웬만해선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전 직장에서 중간관리자가 돼 채용에 다소간의 재량권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가능한 한 여직원을 많이 채용하려고 애썼다.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삼삼오오 뒷말을 하거나 심지어 이상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 여직원이 행여 업무상으로 실수라도 저지르게 되면 "그것 봐라" 하고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많았다.
근 20년을 함께 일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 앳된 얼굴의 대학졸업반이었던 그를 직접 면접하고 채용했는데 그도 어느새 중학생의 부모가 됐다.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해 선배 남자 직원들보다 먼저 팀장으로 발탁했을 때,갑자기 어수선해지던 사무실 분위기와 남자 직원들의 반발심 어린 시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내 방에 찾아와 눈물 한 방울 찔끔 떨구더니 다음날부터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당차게 혼란을 수습하고(그 과정에서 한둘의 퇴직자는 있었다) 조직을 장악해 나갔다. 그는 이후에도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승승장구했다. 지금은 많은 해외 거래처가 필자보다 그녀를 더 찾을 정도다.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이른바 '마초형 보스'에 좌절하고 있다. 그 마초들 역시 여성들의 도전에 반발하는 게 아직은 현실이다. 그렇긴 해도 시간이 갈수록 세상은 바뀌고 있다. 많은 경영자가 그들 아버지 세대의 구습을 벗었고, 서구 사회의 합리성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물론 '불편한 진실'은 있다. 타고난 '공주'들을 만나거나 여자들끼리 반목하고 질시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보면 '아! 여자의 적은 역시 여자인가?'하는 편견에 잠시 젖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어 팔 아프게 버티고 서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경우도 종종 본다.
아무리 그래도 대세는 유리천장의 파괴다. 이제 당당히 나서는 여성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낼 때다. 그들은 기적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땀에 대한 보상,노력의 결과를 받은 것뿐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더욱 아름답다.
한지훈 < 이노패스인터내셔널 대표 jhhan@innopathintl.com >
그러나 상위직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급전직하해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단에 가면 4%가 채 안된다고 한다. 남녀가 비교적 동등하게 대우받는다는 공무원사회가 이럴진대,민간기업은 여성 고위직들에게 더욱 열악한 환경이다.
오래 전부터 직업상 해외 여러 나라에 출장을 다녔다. 경제력에서 한국보다 못한 동남아 국가의 기업인 또는 고위공무원 사무실을 방문할 기회도 많았다. 당시 갔던 사무실들은 많은 경우 주인이 풍채(?) 좋은 인텔리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그 여성을 보좌해 청소하고 차심부름하는 많은 남성 급사들도 봤다. 한국에서는 웬만해선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전 직장에서 중간관리자가 돼 채용에 다소간의 재량권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가능한 한 여직원을 많이 채용하려고 애썼다.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삼삼오오 뒷말을 하거나 심지어 이상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 여직원이 행여 업무상으로 실수라도 저지르게 되면 "그것 봐라" 하고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많았다.
근 20년을 함께 일하고 있는 여성이 있다. 앳된 얼굴의 대학졸업반이었던 그를 직접 면접하고 채용했는데 그도 어느새 중학생의 부모가 됐다. 그의 업무 능력을 높이 평가해 선배 남자 직원들보다 먼저 팀장으로 발탁했을 때,갑자기 어수선해지던 사무실 분위기와 남자 직원들의 반발심 어린 시선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내 방에 찾아와 눈물 한 방울 찔끔 떨구더니 다음날부터 놀라울 정도의 속도로 당차게 혼란을 수습하고(그 과정에서 한둘의 퇴직자는 있었다) 조직을 장악해 나갔다. 그는 이후에도 '유리천장'을 깨뜨리고 승승장구했다. 지금은 많은 해외 거래처가 필자보다 그녀를 더 찾을 정도다.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이른바 '마초형 보스'에 좌절하고 있다. 그 마초들 역시 여성들의 도전에 반발하는 게 아직은 현실이다. 그렇긴 해도 시간이 갈수록 세상은 바뀌고 있다. 많은 경영자가 그들 아버지 세대의 구습을 벗었고, 서구 사회의 합리성을 충분히 경험한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물론 '불편한 진실'은 있다. 타고난 '공주'들을 만나거나 여자들끼리 반목하고 질시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를 보면 '아! 여자의 적은 역시 여자인가?'하는 편견에 잠시 젖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어 팔 아프게 버티고 서 있는 건 아닌가 싶은 경우도 종종 본다.
아무리 그래도 대세는 유리천장의 파괴다. 이제 당당히 나서는 여성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낼 때다. 그들은 기적을 일으킨 것이 아니다. 땀에 대한 보상,노력의 결과를 받은 것뿐이다. 그래서 그녀들이 더욱 아름답다.
한지훈 < 이노패스인터내셔널 대표 jhhan@innopathint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