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중소기업 PPW코리아에 취직한 손창섭 씨(30)는 통장만 보면 흐뭇하다. 누군가 매달 30만원씩 꼬박꼬박 입금해주기 때문이다. 송금자는 '신한은행'.손씨는 "1년 동안 구직활동을 한 끝에 중소기업에 입사했는데 신한은행이 축하의 의미로 적금을 대신 넣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다니는 김영길 차장(37)은 올여름 2주일간 휴가를 다녀왔다. 대신 연말까지 다 쓰지 못하면 받을 수 있던 연월차 수당을 포기했다. 김 차장이 포기한 수당은 손씨와 같은 중소기업 신입사원들에게 전달된다. 김 차장은 "중소기업을 돕는 데다 긴 휴가까지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웃었다.



'금융의 힘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다. ' 신한은행의 기업 이념이다. 신한은행은 7일 '따뜻한 금융'을 새 모토로 삼고 사회공헌 활동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사회공헌"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신한은행은 이런 사회 현상에 주목했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잡 SOS(JOB-sharing of Shinhan)'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여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고 청년실업 해소를 도우려는 목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추천한 중소기업이 만 33세 이하 정규직을 새로 채용하면 신한은행이 1인당 매달 30만원씩 3년간 1080만원의 적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로 총 8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재원은 신한은행이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과 함께 마련했다. 직원들이 법정 휴가를 의무적으로 소진하도록 만들어 이를 통해 수당 564억원을 아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신입 행원을 많이 뽑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 취업자를 직접 지원하니 중소기업에 인재가 몰리는 부수 효과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기업 성공 프로그램(CSP)도 기업과 개인사업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경기 부천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카자흐스탄 봉사활동을 계기로 현지에 불임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유동성 위기를 맞은 것.신한은행이 CSP를 가동해 실사에 나섰다.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한편 총 1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현재 A씨는 병원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고 카자흐스탄 불임센터 개원도 앞두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금까지 가동한 CSP는 총 303건이다. 대출액은 1조9700억원 규모다.

◆전통문화 가꾸고 나누고 지키고

주말마다 '국보 1호'인 숭례문 복구 현장 관람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신한은행 직원들이다. 이들은 매주 6명씩 돌아가면서 안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 주도 빼지 않고 벌써 3년째다. 지난달 말에는 숭례문 야간경관 조명비용 등 12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문화재 보호'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기업이다. 2007년부터 매년 5000여명의 임직원이 전국 문화재 가꾸기 릴레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토요일마다 200여명이 창경궁 안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문화재관리소의 부족한 일손을 신한은행이 채워주겠다는 취지다. 올 6월엔 다문화가정 아동 20명을 초청해 '궁궐(창경궁)에서의 1박2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08년 문화재사랑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문화재사랑 정기예금' 5000억원어치를 판매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임직원은 지난해 연인원 3만9545명이 봉사에 참여했다.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다. 임직원 1인당 봉사시간은 전년보다 4.2시간 많은 9.9시간에 달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