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 선물세트 매장.추석 연휴가 엿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은 뜸했다. 가공식품 세트를 모아 놓은 코너에는 제품 생산업체에서 파견한 한복 차림의 직원들이 지나가는 쇼핑객들을 붙잡고 설명을 시도했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 생활용품 매장 직원은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 손님들이 꽤 많이 방문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구경하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며 "대목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고 한숨지었다.

장보러 나온 40대 주부 이모씨는 "주택담보 대출 금리가 올라 한 달에 내는 이자가 연초에 비해 20만원 정도 늘었다"며 "몇몇 친구들과 주고받던 추석 선물도 이번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주요 유통시장 현장에서 느끼는 대목 경기는 썰렁했다. 대형마트 등의 판매 실적 수치는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 영업사원과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는 작년 추석이나 올 설보다 못하다는 것이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한 백화점의 특판 담당자는 "여의도에 있는 한 증권사는 고객선물용으로 작년 추석엔 40만원대 한우세트를 구입했는데 이번엔 30만원대 갈비세트를 주문했다"며 "기존 기업 고객들 중에서 품목수는 줄이지 않지만 단가를 20~30% 정도 낮추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인근에 중소업체들이 많은 이마트 구로점의 특판 담당자는 "명절시즌에 30~50세트씩 사가던 소량 고객들 중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는 손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인력파견업체를 운영하는 김영호 씨는 "선물 예산도 설보다 30%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명절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된 재래시장은 이른 추석으로 더욱 썰렁한 모습이다. 서울 회현동 남대문시장 영동상회 관계자는 "25년째 여기서 장사하고 있지만 추석 대목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며 "그나마 외국인 상대로 팔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20년째 동태를 판매하고 있는 한 상인은 "추석 대목으로 잘 될 때는 하루에 200세트의 포 제품을 팔았으나 올해는 작년의 60%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회현역 근처에서 상품권을 판매하는 한 아주머니는 "마진을 낮춰 팔려고 하는데 손님들이 별로 없다"며 "작년 추석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태형/조미현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