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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애장품]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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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모는 부자되는 길…박카스·자이데나 作名도 수첩서 나와"
    "독일 유학 시절이었던 26살 때부터 매년 한 권 정도의 메모 수첩을 작성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절반은 사라졌지만 잊혀졌던 게 다시 생각나거나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더 좋은 걸로 적어둡니다. 메모의 소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85 · 사진)이 가장 소중히 간직하는 물품은 지난 60년 세월의 손때가 묻은 '메모 수첩'이다. 언제 어디서든 약속을 하거나 보고를 받을 때,심지어 골프를 할 때도 항상 수첩을 갖고 다닌다. 수시로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붙어서다.

    강 회장의 수첩은 글씨의 절반 이상이 빼곡한 한자로 채워져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말 곳곳에 녹아있는 한자를 이해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는 수십년간 한자 쓰기에 '공(功)'을 들여왔고 지난해엔 손수 《생활한자》라는 단행본을 발간하기도 했다.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세계 인구의 4분의1 정도 되는데 한자를 손에서 놓으면 안 됩니다. " 강 회장은 한자를 쓰는 것 외에 요즘도 중국어 가정교습을 받고 있다.

    수첩을 통한 에피소드도 많다. 국내 최초의 스폰서 골프대회인 오란씨오픈에 대한 아이디어도 이 수첩에서 비롯됐다. 골프광인 강 회장이 라운드를 마치고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도중 "국내에 번듯한 골프대회 하나 없다"는 푸념을 듣고 즉석에서 수첩에 그 내용을 적어 놓았던 것.

    강 회장은 "골프가 대중화하려면 '골프영웅'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번듯한 스폰서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모를 몇 차례 보고 1976년 오란씨오픈대회를 만들었다"며 "1973년 필리핀오픈 우승자 김승학 프로(전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가 수차례 대회창설을 권유해 며칠을 고민하다 수첩을 보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수첩에 써진 강 회장의 골프 최저 스코어는 77타.요즘엔 90대 초반의 성적을 낸다. 20여년 전에 서울CC에서 처음으로 홀인원을 기록한 것도 수첩에 적혀 있다. '욕심 없이 하는 골프는 인생의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라는 문구다.

    수첩은 때로 사업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산실이었다. '박카스'를 비롯 한국판 비아그라인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등 동아제약이 낸 2000여 가지 제품 이름이 이 수첩을 통해 태어났다.

    '박카스'는 강 회장이 독일 유학 시절 함부르크 시청의 지하홀 입구에 서 있는 석고상 '바커스'를 눈여겨봤다가 수첩에 기록해놓은 것에서 비롯된 제품명이다. '자이데나'는 '연인의,결혼의'라는 뜻의 라틴어 'Zygius'와 '해결사'라는 뜻의 'Denodo'를 합쳐 '연인의 해결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요즘 부부생활)자~알 되나'라는 뜻이다. 강 회장은 "자이데나는 사업도 잘되고 부부관계도 잘돼야 좋다는 뜻에서 수첩에 일찌감치 써놓았던 단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돌아가신 정 회장은 나에게 '강 회장 저거 돈 되지 않소? 저건 돈이지요?'라고 곧잘 물었지요.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는데…. 그래서 부자가 되는 조건을 내 나름대로 적어놓았는데 첫째는 가난을 통한 고생, 둘째는 호기심을 발동할 것,셋째는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세 가지 노력이 상호 작용해야 돈 길이 보이지요. 평소 부지런히 메모하는 습관을 키우면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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