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이 '수비도 잘하는 공격수' 예찬론을 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시작으로 지난 2일 레바논과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까지 총 16경기를 치르는 동안 30골-14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경기당 평균 1.87 득점에 실점은 0.88골 수준이다.

최근 A매치였던 레바논전에서는 최다인 6골을 몰아넣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비록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0위의 약체였지만 오랜만에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면서 지난달 10일 한·일전 완패의 악몽을 씻었다.

한·일전 패배와 레바논전 완승이라는 극과 극의 상황을 경험한 조 감독은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능력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3일 아랍에미리트(UEA) 두바이 공항에서 쿠웨이트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취재진과 만나는 자리에서다.

조 감독은 "수비가 안 되는 공격수는 생명력이 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등의 경기를 보면 최전방 공격수들이 볼을 뺏기면 곧바로 끈질기게 수비에 가담해 상대의 역습을 지연시키는 모습을 종종 본다"며 "이는 국내 공격수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조 감독은 레바논전에서 보여준 지동원(선덜랜드)의 활약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동원은 상대가 공격에 나설 때는 중앙선까지 내려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고 최전방에서는 상대 수비수를 달고 다니면서 좌·우 날개를 맡은 박주영(아스널)과 남태희(발랑시엔)에게 공간 침투의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수비까지 가담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었겠지만, 동료에게 기회를 내주는 장면이 보기 좋았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은 "웨인 루니(맨유)만 보더라도 전방에서 볼을 빼앗기면 자기 진영까지 쫓아 들어가 기어이 상대의 공격을 차단해 준다"며 "유럽에서 뛰는 국내 공격수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 감독은 특히 "수비를 강조하면 '수비 축구'를 한다고 얘기하지만 수비와 공격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공격수는 팀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쿠웨이트시티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