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일처리 방식이 매우 까다로워 부하직원들이 골치가 아플 정도로 힘들어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4일 위키리크스의 외교 전문을 인용,보도했다.

주중 미국대사관의 조너선 알로이시 정무참사관이 2003년 말 본국에 보낸 외교 전문에 따르면 원 총리는 비서들이 짜놓은 틀에 박힌 업무 일정이나 의례적인 연설문 등을 매우 싫어한다. 전문에는 왕전야오(王振耀) 전 민정부 재난구호국장이 2002년 당시 부총리였던 원자바오 총리를 수행해 세 차례 지방정부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가 소개됐다.

원 총리는 중부지역의 한 도시에서 현지 시장으로부터 긴급대응체제에 대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미리 준비된 원고를 모두 없애라고 지시했다. 시장이 "통계수치가 많아 원고가 필요하다"고 고집하자 원 총리는 "당신이 이곳에서 수년 동안 근무했다면 당연히 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통계를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의 말에 놀란 시장은 원고를 한쪽으로 치웠지만 원 총리가 안 볼 때마다 힐끔힐끔 원고를 훔쳐보며 진땀을 흘렸다고 이 전문은 전했다. 왕 전 국장은 "그 불쌍한 시장은 한겨울인데도 셔츠가 땀에 흠뻑 젖었다"고 회고했다.

왕 전 국장은 또 원 총리의 지적 호기심과 관료체제를 참지 못하는 조급한 성미가 부하직원들에게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한 마을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으면 원 총리는 인근 다른 마을은 왜 방문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이 외교 전문은 또 원 총리가 지방 관료들이 주최하는 호화스러운 파티보다는 호텔 방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썼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