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 남성들이 아침마다 하는 고민은 뭘까. 바로 '오늘은 뭘 입지?' 하는 것이다. 사내에서 '패셔니스타' 소리를 듣고 싶은 젊은 대리급 이하 직원은 물론 과장급 이상 '아저씨'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새 패션은 '사치'가 아닌 '센스'인 시대가 됐지만 직장 남성들의 고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정석을 알아야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즘 가장 쉬운 방법은 '하지 말아야 할 코디법'을 아는 것이다. 자칫 '아저씨'로 보일 수 있는 코디만 피해도 당신은 패셔니스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와이셔츠 'No'…면 남방 입어라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넥타이만 풀면 된다'는 생각이다. 헐렁한 정장 재킷과 바지,와이셔츠 차림을 그대로 한 채 묶었던 넥타이만 푼다고 비즈니스 캐주얼이 된다고 생각하면 모르시는 말씀.그건 그냥 '갖춰 입지 않은 슈트차림'일 뿐이다.

실크 울 등의 소재로 만든 와이셔츠 단추를 한두 개 푼 채로 겉에 재킷만 면 소재로 바꿔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마치 한복 바지 위에 양복 재킷을 입은 셈이랄까. 색상만 비슷하다고 되는 게 아니라 소재와 몸에 꼭 맞는 정도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재킷은 면 · 린넨 소재로 만든 블레이저(콤비 상의)가 가장 무난하다. 짙은 단색의 블레이저를 갖고 있다면 체크 · 스트라이프 등의 무늬가 들어간 면 소재 남방을 추천할 만하다. 늘 입던 재킷과 바지에 셔츠만 바꿔도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어 면 남방은 멋내기 좋은 실용적인 아이템이다.

보수적인 분위기의 직장이라면 무늬가 들어간 셔츠보다는 밝은 단색 셔츠가 좋다. 재킷과 바지를 같은 어두운 톤으로 맞추고,셔츠 색만 포인트로 줘도 밝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실크 정장바지에 면 점퍼가 웬말

셔츠뿐 아니라 바지도 중요하다. 실크 · 울 등으로 만든 정장바지를 입은 채 셔츠만 면 소재로 바꿔 입는 것도 많이 범하는 실수다. 발목까지 오는 일자라인의 9부 면팬츠를 살짝 접어 입으면 다리도 더 길어 보인다. 이게 부담스러운 '하체 튼실' 아저씨들은 신발 굽의 절반쯤을 접는 길이의 면팬츠를 입는 게 무난하다. 색상은 재킷이나 셔츠와 맞춰야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안 보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안에 셔츠와 바지는 그대로 입은 채 재킷만 아웃도어 방풍재킷,면 점퍼로 갈아입는 건 그야말로 '최악'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방점은 '캐주얼'이 아닌 '비즈니스'에 찍혀 있기 때문에 블레이저와 트렌치코트 등을 걸쳐줘야 한다. 갖고 있는 면 남방 · 바지가 너무 무난한 색상이라면 유행하고 있는 체크무늬 재킷 하나만 걸쳐도 색다른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이때 유의할 점은 너무 펑퍼짐한 재킷이나 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는 점.배가 심하게 나온 사람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허리라인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입어야 키도 크고 날씬해 보인다. 피팅감이 좋은 옷을 입을 때 훌륭한 애티튜트(자세와 행동거지)가 나온다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진리다.

이현정 제일모직 갤럭시 디자인 실장은 "올가을 트렌드는 고급스러운 그레이 톤온톤 의상을 기본으로 프린트 넥타이,포켓 스퀘어,스카프 등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이라며 "그린 · 카키 등 가을 냄새가 나는 컬러와 레드 오렌지 펌프킨(호박색) 등 에너지가 넘치는 색상이 그레이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