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3% 급등…IT 수출은 곤두박질
8월 소비자물가가 5.3% 급등했다. 3년 만의 최고치다. 8월 무역수지 흑자는 8억달러로 7월(72억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국내 경기의 본격적인 하강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물가상승률이 5% 선을 넘어서기는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올라 2009년 4월 이후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리는 양상이다. 8억달러 흑자는 작년 8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정보기술(IT) 관련 제품과 디스플레이의 부진이 심각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4% 줄었고 LCD TV 등 디스플레이도 7개월째 감소했다.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지역 감소세가 확연했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광공업생산이 6월보다 0.4% 줄어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제조업 경기가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내 경제가 '고물가 속 저성장'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심상찮게 나오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총리실장(장관급)으로 내정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물가 급등과 무역수지 감소는 계절적이고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9월 들어 물가상승률은 3%대 후반,무역수지 흑자도 20억달러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4.5% 경제성장과 4% 물가 안정 목표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경기 하락 불안심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시장에서는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가 촉발한 금융 쇼크가 실물경기 악화로 전이되는 국면"이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이정호 기자 sglee@hankyung.com